새누리당은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텃밭에서부터 강하게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기성 정치인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경제와 외교, 법조의 경륜 있는 전문가 집단을 대거 투입했다.
서초갑에 나선 김회선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국가정보원 제2차장까지 지냈고, 서초을에 전략 공천된 강석훈 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내에서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로 손꼽힌다.
또 심윤조 강남갑 후보는 외교부에서 북미국장과 차관보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이며, 강남을의 김종훈 후보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이자 전도사로 유명하다.
민주당은 당내 중진인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을 각각 강남을과 송파을에 전진 배치, 최근 수십년간 야권 입성을 허용하지 않았던 강남의 높은 벽을 허문다는 계획이다.
양 진영의 대진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한ㆍ미 FTA 대전’으로 불리는 강남을이다. 정동영 의원은 지난해 말 한ㆍ미 FTA 공청회에서 “옷만 입은 이완용”이라며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각을 세웠고, 김 전 본부장은 “정 의원이 정부에 계실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정 의원을 머쓱하게 만든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강남을 당선을 ‘한ㆍ미 FTA’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평가하며 정치인생을 건 ‘자존심 싸움’을 벼르고 있다.
서초ㆍ강남 못지않은 소득 수준과 교육열을 자랑하는 송파구와 ‘목동아파트’가 있는 양천갑에서도 민주당은 ‘현역 의원’을 대거 투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 새 얼굴과 현역 의원을 고루 섞었다.
양천갑에서는 새누리당 길정우 후보가 민주당 차영 후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길 후보는 외교ㆍ통일ㆍ언론을 오가며 국제 감각을 키워온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당 대변인을 지내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차 의원에게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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