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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 오른 강남대전(大戰)
서울 ‘강남벨트’ 대진표가 완성됐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텃밭인 이곳에 전문성 높은 ‘새 얼굴’을 전면 배치했다. 반면 민주당은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을 앞세워 강남 입성에 나섰다.

정치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강남 벨트’의 승부수는 인물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독재 시절에 박찬종, 김덕룡 등 야권 후보를 줄줄이 당선시키고, 민주화 이후에도 오세훈, 고승덕, 원희룡 등 인지도 높은 젊은 인재가 정계 입문하는 발판이 된 곳이 바로 강남 벨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일대 일 구도로 치뤄질 이번 선거에서도 인물 경쟁력에 따라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 연출될 수 있는 지역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서울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손꼽힌다. 속칭 ‘강남’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최근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서초와 강남의 몰표를 바탕으로 한명숙 후보에게 신승을 거뒀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강남 유권자들은 ‘보수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들 지역에 새 얼굴을 선보였다.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텃밭에서부터 강하게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을 과감하게 숙청하고 경제와 외교, 법조의 경륜있는 전문가 집단을 대거 투입했다.

친박계 중에서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혜훈 의원을 대신에 서초갑에 나설 김회선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국가정보원 제2차장까지 지냈다. 또 서초을에 전략 공천된 강석훈 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로 손꼽힌다.

민주당도 이곳에 참신한 새 얼굴로 도전장을 던졌다. 실물 금융에 능통한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 자산운용 대표를 서초갑에, 판사 출신 변호사 임지아 후보를 서초을에 배치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전문 법조계 여성이라는 점을 앞세워 지역 20~30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강남은 새누리당의 ‘외교통’들과 민주당의 ‘현역 중진’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새누리당의 심윤조 강남갑 후보는 외교부에서 북미국장과 차관보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이고, 강남을의 김종훈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이자 전도사로 유명하다. 민주당은 강남갑을 비워둔 채 당내 중진인 정동영 의원을 강남을에 전진 배치했다.

특히 강남을의 김종훈과 정동영 매치는 ‘한미FTA 대전’으로 벌써부터 뜨겁다. 정 의원은 지난해 말 한미FTA 공청회에서 “옷만 입은 이완용”이라며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각을 세웠고, 김 전 본부장은 “정 의원이 정부에 계실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정 의원을 머쓱하게 만든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강남을 당선을 ‘한미FTA’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평가하며 정치인생을 건 ‘자존심 싸움’을 벼르고 있다.

서초ㆍ강남 못지않은 소득 수준과 교육열을 자랑하는 송파구와 ‘목동아파트’가 있는 양천갑에서는 민주당이 ‘현역 의원’을 대거 투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지역별 특성을 고려, 새 얼굴과 현역 의원을 고루 섞었다.

정치 새내기 원희룡 의원이 세번 연속 당선되며 당 중진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밑거름이 됐던 양천갑에 새누리당 길정우 후보가 민주당 차영 후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길 후보는 외교ㆍ통일ㆍ언론을 오가며 국제 감각을 키워온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당 대변인을 지내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차 의원에게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최근 리서치앤리서치(R&R)와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차 후보가 34.8%의 지지율로 길 후보(28.7%)를 앞섰다.

잠실 아파트 단지와 단독, 다세대 주거지가 공존하고 있는 송파구 세 지역구는 현역 의원들간 맞대결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은 잠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송파갑에 의사인 박인숙 후보를 새 얼굴로 내세웠을 뿐, 을과 병에는 유일호, 김을동 두 현역 의원을 배치했다. 민주당도 이 곳에 박성수 전 법무비서관과 천정배, 정균환 후보를 전략적으로 투입, 불모지 강남 벨트에서 이변을 꿈꾸고 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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