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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ㆍ캐머런의 ‘농구외교’…권태기에 빠진 양국 관계 호전되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13일(현지시간)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미 오하이오주 데이튼으로 날아간다. 미ㆍ영 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하나로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1라운드 경기를 함께 관람하기 위해서다. 스포츠 광(狂)인 오바마가 캐머런을 초대해 성사된 것으로 ‘농구 외교’쯤 된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농구 외교가 오바마로서는 미ㆍ영 간 소원해진 동맹관계를 재점검하는 동시에 대통령 재선을 위한 계기로 삼는 것이라고 이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양수겸장을 염두에 둔 외교술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오바마 정부 들어 미ㆍ영 동맹은 권태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앞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때만 해도 ‘이라크 전쟁’이라는 공통의 이슈로 양국은 밀월관계를 유지했지만, 이후엔 핵심적인 국제 문제에 관해 긴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두 정상은 외교와 국내 정책적으로도 서로 다른 쪽을 바라봤다. 우선 캐머런은 내치(內治) 측면에서 오바마보다 더욱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행했다. 외치(外治)에선 요르단강 서안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에 대해 캐머론은 오바마의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지난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문제에 있어서도 오바마는 리비아 국민 보호를 위한 군사개입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캐머런은 프랑스와 함께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FT는 지적했다.

FT는 “두 나라 정상은 정례적으로 대화를 하긴 하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자주 논의를 하는 사이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캐머런 스스로도 “오바마와의 관계는 스스럼없기보다는 서로 존중하는 사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농구장에서의 두 정상 간 만남은 효과적인 외교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특히 공화당 측이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통의 혈맹인 두 나라간 관계가 여전히 돈독하다는 점을 알릴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그 동안 아시아에 우선순위를 둔 외교정책을 펼쳤지만, 아프가니스탄 군 병력 주둔 문제와 관련해선 영국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농구 경기가 펼쳐지는 ‘지역’이 갖는 정치적 의미도 오바마에겐 남다르다. 미 공화ㆍ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펼쳐질 때마다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꼽히는 오하이오에서 미ㆍ영 간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오바마의 재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은 농구 경기 관람이 끝난 뒤엔 백악관에서 국빈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의 대선이 있는 해에 국빈만찬을 하는 건 양국간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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