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스포츠교실은 썰렁
학원가 밤늦도록 불야성
일부는 숙박시설까지 갖춰
주말 단과 특강반도 개설

“친구들 대부분이 학원 주말반 수업을 들어요.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따라갈 수밖에 없죠. 부모님도 주말에 놀기보단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기를 원하고요. 집에 그냥 있는 것이 눈치 보여요.”(서울 개원중 2학년 이모 군)

“공부하고 싶어서 학원을 찾기보다는 부모님이 등 떼밀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서울 구룡중 2학년 홍모 군)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후 두 번째 주말, 여전히 학생들의 발걸음은 학원을 향하고 있었다. 토요 스포츠데이를 실시한다는 학교 운동장은 한산했지만 학원가는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토요일이었던 10일 저녁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늦게까지 수업을 진행하는 학원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밤 10시에야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학원들은 ‘소리 없는 환호성’ 중이었다.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이후 대치동 학원가에는 주말 단과 특강이 크게 증가했다. 한 어학원은 국어ㆍ수학 과목 수업까지 했다. 정식 허가도 받지 않은 학원은 아예 건물 한 층에 2층 침대를 채워놓고 기숙시설까지 만들었다.

이날 헤럴드경제는 교육과학기술부 사교육대책팀의 불법 사교육 단속 현장에 동행했다. 이날 단속에서 서울 대치동 A학원과 도곡동 B이과전문학원이 적발됐다.

A학원은 어학원임에도 불구하고 국어ㆍ수학 등 다른 과목까지 강의하고 있었다. 오후 8시20분께 단속팀과 함께 방문한 학원 내부에는 수학ㆍ논술 등의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5개 교실에서 학생 수십명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명백한 교습과정 위반 사항이었다.

서울 중계동에 살면서 A학원까지 와서 주말 동안 수업을 듣는 이모(여ㆍ대진고1) 양은 “대치동 쪽에 학원이 유명하고 주말에도 좋은 수업이 많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밤 10시15분께 방문한 B이과전문학원은 중ㆍ고생을 대상으로 주말 기숙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강의실이 자리한 7층과 별도로 3층에는 30여명이 잠을 잘 수 있는 2층 침대 10여개가 놓여있는 숙박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7층은 학원 용도로 인가를 받았지만 3층 숙박시설은 불법시설이었다.

학원 관계자는 “이 같은 운영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잡아뗐다. 교과부 사교육대책팀 관계자는 “기숙 학원 운영이 최종 확인되면 벌점에 따라 운영 정지 혹은 등록말소 처분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불법 기숙학원을 운영하다 적발된 대치동 C입시학원은 등록 말소 처분을 받았다. 이 학원은 4층에 기숙사, 5층에 독서실, 6층에 강의실 등으로 구성돼 사실상 전문 기숙학원처럼 운영돼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규 교과부 사교육대책팀장은 “학원 인근 고시원이나 원룸이 ‘학사’라는 이름으로 학원과 연계해 사실상 기숙사처럼 운영되는 곳이 많다”며 “하지만 이들은 기숙학원이라고 광고를 하지 않고 게다가 학원과 학생의 서류상 명의가 동일인이라는 증거가 없는 이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학원들은 “수요가 몰리는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치동에서 수학ㆍ과학전문 학원을 운영 중인 조모 씨는 “부모님들이 자녀가 집에 있는 꼴을 못 봐 학원으로 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학원도 회당 3시간짜리인 15만~17만원 정도의 수학ㆍ과학 단과 주말 특강을 새로 개설했다”고 털어놨다.

박수진ㆍ정진영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