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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위계약서로 미분양 아파트‘땡처리’
분양업체 대표 A(54) 씨는 지난해 5월 경기도 안양 소재 미분양아파트 114가구를 기존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매입했다. 시공사가 271가구를 분양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이 신통치 않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가격의 58% 수준으로 A 씨에게 판매한 것.
A 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기존 실거래가의 70% 수준으로 다시 분양했다. 20~30평대 소형평수는 분양이 잘됐지만 40평대 이상 대형아파트 40여가구는 여전히 분양이 되지 않았다.
A 씨는 결국 꼼수를 생각했다. 실제 계약금보다 가격을 높여 쓰는 일명 ‘업(UP)계약서’를 이용해 대출금만으로 아파트 매매가 가능케 하기로 한 것.
여러 은행을 접촉하던 중 서울 상계동 소재 모 은행 지점의 대출담당 주임 B(31) 씨를 만났다.
B 씨는 “대출을 많이 해줄테니 수수료를 달라”고 요구를 했고, A 씨는 건당 600만원의 수수료를 주기로 합의했다. B 씨는 모 감정평가법인 지사장 C(57) 씨를 통해 허위 감정을 받아 7억원 상당인 기존 실거래가로 계약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몄다.
A 씨는 D(44) 씨 등 분양브로커를 이용해 매수인을 모집했다. 브로커는 “대출금만으로도 매입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 30명이 몰려들었다. 그럼에도 11가구는 여전히 분양되지 않았다. 브로커는 일명 노숙자 등을 이용해 명의를 대여해주는 바지업자를 이용해 대출금의 3~6%를 주는 조건으로 명의대여자(대출바지)를 고용, 미분양아파트를 ‘땡처리’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총 195억5300만원에 달하는 부실대출이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7일 미분양된 재개발 아파트를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팔면서 매수인이 은행 담보대출금만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허위 계약서 작성을 주도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로 분양업체 대표 A 씨 등 28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허위 계약서임을 알면서도 200억원대 담보대출을 해준 은행 직원 B 씨와 브로커 D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허위 계약서를 바탕으로 부실대출을 해준 혐의로 1억5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B 씨는 담보대출을 하기 위해 은행에서 거래하던 기존 감정업체가 아닌 D 씨와 접촉해 허위 감정평가를 하도록 공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감정평가금액이 필요하다. 5억원에 거래되던 아파트였지만 은행 직원과 감정평가사가 공모해 기존 실거래가 7억원으로 평가했고, 이에 따라 매수자가 최대 5억여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은행이 대출담당 직원의 말만 믿고 현장 실사를 나가지 않아 이러한 부실 대출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경기 악화로 미분양아파트가 속출하면서 기존 분양가 대비 30% 이상 할인해 판매하는 땡처리가 급증하고 있다”며 “미분양아파트 신규 매매의 경우 담보대출 비율은 매매가와 외부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담보대출 비율 산출 시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대출바지를 이용한 전문 사기범의 불법대출 성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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