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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스토리> 유동성 함정에 빠진 증시…스테로이드 부작용과 흡사
연초부터 많은 전문가가 체면을 구겼다. ‘상저하고’ 전망은 유동성으로 무장한 외국인의 매수 폭격에 여지없이 짓밟혔다. 유럽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으로 2월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3월 들어 유럽이 다시 좀 불안한 모습이지만, 섣부른 예측보다는 시장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대비를 하는 편이 나아보인다. 이는 몇 가지 ‘시그널’ 읽기를 통해 가능하다.

가장 먼저 국제금리인 리보(LIBOR)다. 리보가 떨어지면 주식 사고, 횡보하면 가만 있고, 올라가면 팔면 된다. 최근 리보 그래프를 뒤집으면 외국인 순매수 추이와 거의 일치한다. 유동성 장세에서는 가장 확실한 투자지표다.

두 번째는 엔/달러 환율이다. 엔화 강세는 코스피에 우호적, 약세는 비우호적이다. 상관관계가 강해진 시점은 엔/달러 환율 100엔 아래다. 단, 글로벌 실물경기가 좋을 때는 공산품의 환 경쟁력의 중요성이 낮아지므로, 이 지표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세 번째는 헤지펀드다. 매달 초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외국인 국적별 동향을 보면 된다. 케이맨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 자금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매수추세면 주가가 오르고, 매도추세면 주가가 내린다. 단, 요즘은 기존 헤지펀드 외에도 헤지펀드 투자전략을 차용한 ‘USCIT3’라는 유사 헤지펀드가 많다. 이들은 주로 룩셈부르크에 소재하므로 이 지역 자금동향도 살펴야 한다. 영국도 금융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다보니 헤지펀드 자금이 많다. 유럽 헤지펀드 자금의 본부가 가장 많이 있는 곳도 이 두 나라다.

네 번째는 매분기 첫 달 초 나오는 기업들의 이익전망이다. 상향되면 주가에 긍정적이고, 하향되면 부담이다. 특이할 점은 국내 기관은 이익전망을 기초로 주로 매매하지만, 외국인들은 실적을 실제 확인하고 난 후에 매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최근의 유동성 장세는 외국인 주도다.

다섯째는 차트다. 증시에도 관성의 법칙이 어느정도 존재한다. 교과서적으로 골든크로스(단기이동평균선이 장기이평선 상향돌파)와 데드크로스(단기이평선의 장기이평선 하향돌파)는 각각 추세상승과 추세하락의 신호다. 간혹 이평선들이 수렴하는 장세가 펼쳐지는 데, 이는 시장이 변곡점이라는 뜻이다. 상승분출 또는 추락의 전(前) 단계다.

이 오감(五監)과 함께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현재의 유동성 장세가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닮았다는 점이다. 

스테로이드는 피부관련 질환 증상 완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자주 사용하면 인체의 면역조절기능을 퇴화시키는 등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킨다. 장기간 사용하면 뼈와 살이 약해지며 호흡곤란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마약 수준의 마성(魔性)인 셈이다.

제2의 대공황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사상 초유의 유럽 재정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글로벌 증시 대부분이 위기 전 수준의 대부분을 회복한 이유는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이다. 

그런데 그 효과가 스테로이드를 닮았다. 유동성의 그늘 아래 가려진, 선진국 가계의 붕괴, 부의 양극화, 산업의 체질 약화 등의 경제의 근본적 문제점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이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가계소득 증가, 소비 등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일부 대자본의 조달비용 부담만 줄여 이들이 손쉽게 돈을 벌게 만들어줬다.

유동성 효과는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너무 이에 의지하면 시장은 유동성만 기대하게 되고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의 뼈와 살은 녹아버리게 된다. 요즘 가능성이 좀 낮아졌지만, 만약 미국의 3차 양적완화를 그리고 유럽이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펼친다면 유동성 효과가 마성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또 유동성 공급을 부추겼던 각국의 선거까지 끝나면 이번 유동성 잔치도 함께 막을 내릴 수도 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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