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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두꺼비’입니다. 제 얘기 한 번 들어보소
피부는 좋지 않습니다. 우둘두둘 뭐, 좀 그렇죠.

근데 제가 알을 낳아야 합니다. 인간들이 출산을 하는 것과 같죠. 인간들은 그런다죠? 임신부 앞에서는 담배도 피지 않고 술을 먹이지도 않는다죠? 지하철을 타면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별 중요하지는 않지만, 저희는 그냥 쌩~쌩~ 달리는 차에 깔려 죽기도 합니다.

어떤 기자님은 이를 놓고 ‘죽음의 장정’이라 표현하기도 했더라구요.

저는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낙가산이라는 데 삽니다. 해발 475m 산입니다.

지난 5일 저희는 처음으로 알을 낳기 위해 낙가산에서 30~40m 떨어진 방죽까지 기어 갔습니다. 2011년에는 3월 13일날 첫 산란을 위해 방죽까지 기어 갔는데 올해는 조금 이른 감이 있죠.

근데 저희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방죽까지 가는 왕복2차로 길에서 지나가는 차에 치어 누나들이 죽었는데...

올 해는 ‘㈔두꺼비친구들’이라는 분들이 나서서 저희를 양동이에 담아 방죽까지 옮겨줬죠.



죽음의 장정이라 부르지만 저희는 스스로 ‘죽음의 도로’라 부릅니다.

근데 어쩔 수 없어요. 매년 산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죽음의 도로를 건너야 한답니다.

작년에는 300여마리의 두꺼비 친구들이 이 길을 건너데 약 40마리가 ㅠㅠ 사망했답니다.

한 두 달 후 쯤 방죽에서 부화한 새끼 두꺼비들은 5월 산으로 올라옵니다. 이 애기들은 걷는 속도가 늦다보니 엄청나게 차에 치여 죽습니다. 작년에는 수천마리가 당했는데, 그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죠.

제발요.

우리 두꺼비들이 산란할 때만이라도, 차량 통제를 해주시던지, 우회도로를 새로 만들어 주시던지 하세요.

저희가 다 사라지고, 이 세상에서 멸종돼 실제 볼 수 없게 된다면, 인간들, 당신들의 아이들은 나중에 이럴걸요.

개구리를 본 후.

“어 두꺼비네...”

혹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상상 속의 그림을 그리겠죠.

발 8개 달린 두꺼비를...

저희도 당신, 인간들과 함께 살고 싶답니다.

저희를 도와 주세요.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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