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주춤

900조 돌파 가계빚도 한몫

2월 잔액 1392억 증가 그쳐

은행 대출 4%성장 ‘빨간불’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시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원리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이 임계치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303조7869억원으로 1월 말보다 139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증가액의 절반도 안되는 2278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신용대출은 되레 2959억원 감소했다. 1월 중 가계대출이 2조7000억원 넘게 감소한데 이어 2월에도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특히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이 각각 4278억원, 2878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다소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권은 1월 대출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주택대출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2월에는 다시 대출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밖으로 나온 것이다.

A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은 “일선 창구에서 대출 수요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들려온다. 올해 가계대출 성장 목표치를 4%로 잡았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어림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B은행 부행장은 “신용대출은 거의 모든 은행이 줄었다”며 “주택 경기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매달 2조원씩 늘어 연 증가액이 24조원에 달했다. 증가율은 5.7%였다. 부진한 가계대출 수요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주택대출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 24조원 중 19조원을 차지할 정도로 주택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다 보니 집을 사려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지난해 말 900조원을 돌파해 913조원에 도달한 가계부채로 인해 대출 원리금 부담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실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소득 평균은 지난해 6.3% 늘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22.7% 급증했다. 물가 급등을 감안하면 그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대출 수요 부진은 집값 하락, 실질소득 감소, 원리금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가 거래 자체가 없을 정도로 부족하고 집값 하락 등의 요인이 작용해 은행권의 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권의 대출이 줄어든 것이 전체 대출 수요 감소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은행보다 문턱이 낮은 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팀/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