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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사 감시시스템 부실…터질게 터졌다
코스닥 대장주서 상폐위기로…평산 어디로
실적악화 공시전 지분 매각
신대표 지분 10분의 1로 줄어

유상증자 흥행위해
시세조종도 서슴지 않아
도덕적 해이 심각수준

몇 년간 불법 진행돼도
감독당국은 ‘깜깜’

매출이 2500억원에 달하는 회사가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다.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를 넘으며 코스닥 대장주 가운데 하나로도 대접받던 곳이였다. 바로 평산이다.

금감원의 조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앞두고는 흥행을 위해 시세조종에 나섰고, 오너라고 하는 사람은 실적 악화를 공시하기 전에 지분을 팔아치웠다. 사실이라면 도덕적 해이 투성이다. 몇 년간 이런 일이 진행됐는데도 해당종목은 시장에서 버젓이 거래가 됐다. 어디에도 경고음은 없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생겼다.


▶시세조종으로 흥행시킨 유상증자= 평산은 2009년 12월 14일 987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 6800억원 가까운 돈이 모였다. 그런데 금감원 조사결과를 보면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

12월14일 유증 소식이 처음 발표되자 주가는 연일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자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신동수 회장은 유증을 성공시키기 위해 시세조종에 나선다. 청약을 앞둔 23일부터 당시 기획실장을 중심으로 3곳의 법인계좌에서 120여회의 시세조종 주문이 제출됐고, 주가는 2만3000원 선에서 견고하게 지켜졌다.

주당 유증 공모가는 1만8800원. 주가 대비 18.3% 낮은 가격이다. 28~29일 이틀간 진행된 유증 청약은 대성공을 거뒀다. 8.6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청약금은 6797억원은 일반증자 유상증자 기준으로 코스닥 개장 이래 사상 최대다.

한 달 후 평산 주가는 유증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고, 다시는 회복되지 못했다. 유증 직후 주식을 처분했던 투자자가 아니라면 빠져나올 틈도 없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코스닥 상장사에, 금감원에 투자설명서가 통과됐는데 결국은 유상증자가 아닌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눈 뜨고 코 베인 것은 개인투자자뿐만이 아니다. 일반공모 유상증자 불과 석 달 전인 그 해 9월 산업은행도 100억원 규모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최대주주, 실적악화 공시전 지분 대거 처분= 2009년 시세조종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던 신 회장은 1년여 뒤 실적악화 사실이 공개되기 전에 지분 처분에 나선다.

2010년 12월 말에 내부 결산이 끝나자 ‘최근 3사업년도 중 2사업년도의 계속사업 손실률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신 회장은 다음 해인 2011년 1월 3일 장이 시작되자 마자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한다.

2월 18일까지 약 한달 보름에 걸쳐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총 349만주, 179억원 어치다. 매도 단가는 3000~6000원선 사이다. 3월 11일 실적악화 사실이 공시된 이후에는 주가가 5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주가는 2000원 아래로 내려갔다.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미리 팔아 치워 회피한 손실은 110억원에 이른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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