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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픈' 강남 유흥업소 폐업 속출, 왜?
경기불황-선거 몸사리기에 들어서만 명의변경 신청 유흥업소 62개

“장사요? 최악입니다. 강남에서 술장사하다 이렇게 파리날리긴 처음입니다.”(강남 A 유흥업소 상무 전모 씨)

불황은 강남 유흥가도 덮쳤다. 물가급등과 경기불황으로 고객이 급감하면서 ‘연중 불야성’이었던 서울 강남구 유흥가 일대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러워졌다.

지난 2월 28일 밤 11시. 선릉역 인근 유흥가의 불은 꺼져있었다. 손님이 가장 많을 시간이었지만 거리를 썰렁했고 문 닫은 유흥업소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선릉역 옆에 위치한 M 단란주점의 마담 이모(35ㆍ여)씨는 “요즘 장사는 잘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가격을 30% 정도 내렸지만 들어오는 손님은 별로 없다”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단골들 덕에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길 건너의 사정도 비슷했다. 궁궐처럼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B 단란주점도 업소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영업상무 김모(31)씨는 “이 바닥에서 일한지 2년이 넘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요즘엔 전기값이라도 아끼려고 웬만한 날씨엔 온풍기도 꺼둔다”고 했다.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하소연하던 A 단란주점 영업실장 전모(38)씨는 “선거철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면서 “예전엔 선거철 되면 높으신 분들도 많이 왔다는데 요즘엔 잘 안 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손님이 줄면서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Y단란주점 육모(34) 실장은 “손님이 줄다보니 가격을 10~15% 내리는 대신 유흥 시간을 2시간으로 한정한 서비스를 시작했다”면서 “1인당 50만원이었던 가격도 3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2010년 경기가 반짝 살아났을때 업소들이 크게 늘어 경쟁은 치열해졌는데 수요는 극감하니 어떻게 버티겠냐”면서 “손 털고 나가는 사장들 많이 봤다. 접대아가씨들도 수입이 줄면서 출장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선릉역 앞 골목길에서 직접 호객행위를 하고 있던 마사지숍 사장 박모(45)씨는 “인건비 줄 여유도 없어 직접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면서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곧 문을 닫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올해 1~2월 강남구에서 명의변경을 신청한 유흥업소 건수는 62건. 이른바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같은 기간 보다도 11%가량 많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유흥업소들은 한번 폐업신고를 하면 사업자 등록을 다시 받기 어렵기 때문에 명의를 변경하는 식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폐업도 올해에만 벌써 2곳이나 했다”고 전했다.

유흥가 주변 일반 상점들도 유흥가 냉기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식당부터 편의점, 커피전문점 사장까지 하나같이 “장사가 안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유흥가 한 가운데 자리한 편의점 사장 한모(46ㆍ여)씨는 “석달전부터 인근 단란주점과 마사지숍에 드나드는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덩달아 매출 타격이 크다”면서 “자주오는 업소 영업 상무들이 매출 걱정하는 모습을 자주봤다”고 귀띔했다. 접대 아가씨들이 종종 식사를 해결한다는 한 김밥집 역시 “설날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혜진ㆍ윤현종 ㆍ원호연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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