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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길화백,겨레의 신명 찾아 금호미술관서 ‘축제’전
인송 이태길 화백이 ‘축제’ 한마당을 펼친다. 이 화백은 오는 3월8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전관(4개층)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간 20회의 개인전을 개최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 최근 제작한 신작과 대표작을 모아 대규모 중간결산전을 갖는다.

전시에 나온 근작및 신작은 몇 년간 전력투구하며 제작한 대작들로, 그간 몇 차례 열었던 소품전을 제외하면 대작 회화전은 근 10년 만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 화백이 ‘축제’라는 명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땅에 세계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던 1990년대초. 때마침 우리 미술의 얼을 찾아 새로운 작품세계를 모색하려던 시기였다. 국전을 통해 조명받던 시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자신의 회화세계를 다시 구축하려했던 것. 이 시도는 1999~20001년 동경 ‘평화미술전’에 참가하며 비롯됐다. ‘한국빛깔의 신비’ ‘코리안 축제’같은 우리 민족에 내재되어 있는 미의식을 다룬 작품을 통해서였다.



이같은 변화가 비롯된 것은 1990년대 두 차례 시행한 만주와 압록강 답사가 큰 계기가 됐다. 1995년 고구려와 발해문화를 탐방하고자 만주를 여행하고, 이듬해 ‘조선통신사 길을 가다’에 참가하며 일본을 여행했던 게 작가에게 지대한 변화를 안겨주었다.

특히 1997년 두 차례에 걸친 압록강 답사여행은 이태길 작업의 크나큰 전환점을 가져다줬다. 그 때 그는 우리의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고구려 벽화를 통해 확인했다. 그리곤 민족의 얼의 표현하기 위해 ‘축제’를 떠올렸다.


그는 "그 무렵 아침에 일어나 캔버스에 서면 무상무념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그러기를 10년. 그 후 찾은 게 그 원 안에 ‘나 자신’이 있다는 거였다. 이전에는 자연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 안에 자연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내 안에 있는 자연’이란 곧 ‘축제’였다. 그래서 원상(圓相)으로 우주적 세계를 그리고, 그 안에 춤추는 인물을 그려넣었다. 흥겨운 춤사위를 통해 우리 겨레의 신명을 표현한 것이다. ‘축제’를 향한 이태길의 탐색은 이후 끈질기게 이어졌다.



그의 축제 그림에는 강강수월래와 농악 등이 즐겨 등장한다. 우리 민족의 신명(神明)을 회화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다. ‘신바람’ 또는 ‘풍류’(風流)의 세계다. 이번 작품전은 이같은 맥락을 다룬 대작전이다.

이태길의 옛 ‘축제’ 연작과 최근의 ‘축제’ 연작은 많이 달라졌다. 근작들은 원무가 중심을 이루지않고, 해와 달이 등장한다. 원이 있던 자리에는 연화, 육각, 마름모가 들어섰다. 이것들의 안과 밖으로 힘차게 뻗는 군무가 설정됐다. 배경에는 학문, 운문, 모란문, 탑문, 도자문 등이 곁들여지고, 채색은 우리 전통색인 오간색(적황흑백녹)이 사용됐다.

미술평론가 김복영 씨는 "이태길의 근작들은 기존의 도상들을 엮어 한폭의 ‘조곡’(組曲, suite)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만드는 조곡은 축제 한마당을 위한 조곡이다. 우리 민족의 예술혼을 우리 시대 한마당으로 불러내는 것이다"라며 "작가는 근작들에서 자신의 예술을 천지인 삼재의 아우름의 세계인 풍류로 되돌리고 있다. 일체가 하나의 가족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나됨을 그림으로써 작가는 고단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구원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태길은 우리 겨레의 고통과 고독, 갈등과 좌절이 ‘축제’를 통해 씻기길 기대한다. 인간과 사물이 공존하고 우주와 자연의 섭리, 종교, 민족의 얼, 이 모두가 하나가 되길 꿈꾸는 것이다. 전통 도상을 빌려 현대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하는 작가는 이를 위해 길상(吉祥)의 세계를 화폭에 담는다. 학과 여인, 일월과 구름,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된 이태길의 회화는 우리 민족이 꿈꾸는 유토피아, 바로 그 것이다.

전남 광주의 조선대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태길은 한국미술대전 문화공보부장관상과 목우회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신작전회 회장과 목우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목우회및 한국미술협회고문이자 한국신조형작가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02-720-5114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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