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피딕 21’ 12년만에 술병 리뉴얼
‘버드와이저’ 캔 나비넥타이 디자인
담뱃갑도 빨강·파랑 강렬한 원색
술과 담배의 겉모습이 화려해지고 있다. 술병이 쭉쭉빵빵한 S라인으로 변하고 있고, 화려한 색상을 뽐내는 담배도 많아졌다. 예술 작품을 상표로 사용하거나 포장 디자인을 적용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기존 제품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리뉴얼한 성형 미인형 술ㆍ담배도 러시다.
패션이나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여성과 남성이 술ㆍ담배의 주요 고객으로 급부상하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주류업체와 담배 회사들은 이 같은 섹스어필 전략을 앞세워 불황을 타개한다는 각오다.
실제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28일 싱글몰트 위스키 1위 제품인 ‘글렌피딕 21’을 12년 만에 리뉴얼했다. ‘그란 레세르바’ 서브네임을 달고 나온 글렌피딕 21은 세련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진한 자주색 술병에 가느다란 선을 배치한 필리그리 패턴으로 장식한 게 특징이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또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기 위해 병 라벨에 ‘글렌피딕’ 제6대 몰트 마스터 브라이언 킨스만의 자필 서명도 새겨 넣었다. 박준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는 “글렌피딕 21년 그란 레세르바는 패키지가 새로울 뿐 아니라 캐리비안 럼주의 독특한 풍미까지 어우러져 한층 품격이 높아진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싱글몰트 위스키로 유명한 ‘글렌리벳’을 새로운 모습으로 리뉴얼했다. 기존의 클래식한 초록색에서 투명한 보틀로 변화, 위스키 고유의 황금빚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다. 페르노리카는 병 용기가 세련되게 바뀐 글렌리벳을 앞세워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맥캘란(에드링턴)’ ‘조니워커(디아지오)’ ‘스카치블루(롯데칠성)’ ‘발렌타인(페르노리카)’ 등의 위스키도 병 용기가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신하는 등 성형미인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시바스 리갈18(디아지오)’의 경우엔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협업을 통해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을 용기에 디자인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9월 ‘하이트’ 맥주병 라벨에 국내 팝아트의 작품을 인쇄한 ‘하이트 컬렉션 스페셜에디션’을 내놓은 바 있다. ‘버드와이저’도 용기에 붉은색 나비 넥타이 모양의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술만 화려한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담배도 화려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KT&G는 남성전문 패션잡지 ‘아레나’와 손잡고 스페셜 버전 ‘디스플러스 아레나’를 내놨다. 오는 3월 7일까지 판매하는 이 담배는 패키지 앞면에 나침반을, 뒷면엔 보물지도를 디자인하는 차별화된 상품 전략을 적용했다.
이에 앞서 KT&G는 지난해 10월 ‘레종’을 리뉴얼하면서 담뱃갑의 색상을 뜯어고쳤다. 강렬한 원색이 의류나 신발 등 패션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반영해 담뱃갑 전체를 빨강, 파랑, 초록 등 원색으로 꾸몄다. 담뱃갑에는 ‘레종’의 캐릭터인 검은 고양이가 PC 마우스를 클릭하는 모습이나 클럽 DJ를 담았다. 뒷면엔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말풍선 아이콘도 그렸다.
KT&G 관계자는 “담배를 선택하는 기준이 과거에는 ‘맛’ 하나였지만, 이제는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이런 트렌드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투박했던 담배 포장을 바꾸고 향기를 입히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술, 담배가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유는 판매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소비재시장 일각에선 술과 담배의 경쟁축이 입에서 눈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재업계 한 관계자는 “웰빙 붐이 거세지면서 술과 담배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판매량 누수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화려한 디자인을 도입하는 술, 담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