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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팩, 이번엔 CB가 문제…기업ㆍ투자자 울리고, 증권사만 배불리고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이 또 말썽이다. 이번엔 스팩 설립 당시 발행했던 전환사채(CB)가 문제다. 증권사들의 스팩 참여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발행한 CB가 되레 기업들의 생살을 깎아먹는 ‘아귀’가 됐다. CB 전환가가 턱없이 낮아 기업들이 제 ‘곳간’을 열어 그 차액을 보전해야할 처지다. 또 높은 시장가로 투자를 한 개미투자자들은 기업가치 훼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알톤스포츠는 지난 28일 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CB 전환으로 비용이 10억원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상 증권사들은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할 때 발행 주식의 5% 이상을 소유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을 위한 법율(이하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5%초과해 소유하는 것을 제한한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주식 대신 CB로 투자를 했다.

알톤스포츠는 지난해 4월에 신영스팩 1호와 합병해 8월에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신영스팩 1호의 공모가는 1000원이었으며, 당시 10억4000만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CB의 주식 전환가는 액면가인 500원이다.

지난해 7대 1로 감자를 했으니 공모가는 지금 주가 기준으로 7000원, CB의 전환가는 3500원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다. 발행된 CB 전량이 전환 청구되면서 29만7142주가 증시에 추가 상장됐다. 그런데 합병기준가는 주당 7590원이었다. 따라서 회계적으로 볼 때는 29만7142주가 발행됐으면, 합병기준가를 적용한 22억5000만원이 들어와야 하는데, 실제 납입된 돈은 10억 4000만원 뿐이다. 자본잉여금에 반영되야할 12억1000만원이 덜 들어온 셈이다.

회사 담당자가 회계처리를 하려고 봤더니 IFRS에는 이를 지정한 세부 규정이 없었다.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에 질의한 결과 자본차감이 아니라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40억원 가량의 순이익에서 10억원을 떼서 비용으로 처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이 추가로 발행됐는데 오히려 손실이 나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팩을 통해 상장한 경우라면 다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신영스팩 1호는 그나마 다른 스팩 대비 CB 발행 물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CB 물량이 많은 기업이었다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뀔 수도 있단 얘기다. 증권사나 기관투자자들은 액면가로 전환되는 CB에 투자해 손해볼 게 없다지만 해당 기업과, 기업실적을 믿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어닝 쇼크의 피해에 노출되게 된다.

한편 화신정공은 이미 스팩합병으로 지난해 3분기 40억원의 비용을 치루면서 예상 실적을 크게 밑돌았다. CB 전환이 이뤄지게 되면 올해는 이에 따른 비용이 또 발생하게 된다. 화신정공은 지난 13일 56만주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었다. 지난 3년간 상장된 22개 스팩 중 합병에 성공한 것은 알톤스포츠와 화신정공, 단 2개뿐이다. 대부분의 스팩들이 CB를 발행했으니, 향후 합병에 성공한다고 해도 대책이 없다면 이같은 피해는 감수해할 것으로 보인다.


<안상미 기자 @hugahn>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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