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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민간어린이집 원장들의 ‘같기道’에 당한 복지부, 근본대책 아쉬워
민간 어린이집들의 ‘집단 휴원’ 우려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이하 한어총) 민간어린이집 분과위원회 선거가 끝나고 보건복지부와 협의체 운영에 합의하면서 머무리됐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맞벌이 부부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지난 몇일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는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아이를 볼모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취하려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낀 부모도 있을 것이고 열악한 보육 여건에 대해 일정한 공감을 표시한 부모도 있을 것이다. 기자도 그들 중 한명이다.

그리고 많은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다. 정상 운영을 한다고는 했지만, 차량이 운영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 맡길 곳을 찾아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아이를 돌보기 위한 부모가 교차 휴가를 내야 했다. 회사 출근이 늦어 직장 상차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 간 애를 태운 생각하면 무언가 불피요한 곳에 감정을 소모한 것 같다는 찜찜함이 남는다. 특히 집단 휴원 카드가 한어총 민간어린이집 분과위원회 위원장 선거용이었고, 재선에 성공하자 제기했던 보육교사 처우 문제 등에 대한 어떠한 담보 없이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휴원 카드를 집어 넣었다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이번 집단 휴원 사태는 민간어린이집 분과위원회의 ‘같기道’ 전략과 복지부의 ‘들러리’가 만든 합작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민간어린이집 분과위원회는 통상적인 새학기 준비 기간을 ‘집단 휴원’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집단 휴원이라는 옷을 입었지만, 내용은 집단 휴원이 아니라 통상적인 새학기 준비 기간에 들어간 것이다. 그 결과 예전에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같기道’에서 주인공이 “이건 집단 휴원도 아니고, 봄방학도 아니여~”라고 말할 수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여기에 복지부는 이들의 집단 휴원 카드가 일부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사용한 ‘뻥카(뻥카드)’로 인지하면서도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지자체를 통해 정상 운영을 독려해야 했고,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그렇지만 복지부는 들러리답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학부모 동의없이 휴원한 어린이집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다시는 선거용으로 집단 휴원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끔 대응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2년 전에도 새학기 준비 기간을 활용해 보육 여건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혔으며,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는 이 같은 모습이 반복됐다는 얘기이다.

바야흐로 선거 시즌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어 그 어느때보다도 이익단체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태세이다. 실제로 정치권의 관심 속에 곳곳에서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과 같은 각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의 불편함을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대응해 재발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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