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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석’은 처리, 약 수퍼판매는 다음에…저녁먹고 사라진 의원들
천신만고끝에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던 ‘일반 약 슈퍼 판매’가 또 다시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저녁 식사를 핑계로 벌어진 국회 법사위의 고의적인 태업 앞에, 진통제 한 알 사기 위해 약국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국민들의 불편은 고려대상 조차 안됐다.

모처럼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린 27일 오후 7시, 법사위는 예고했던 전체 회의를 취소했다. 취소 사유는 법안 심사 및 처리를 위한 의결 정족수 미달. 선약이나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국회를 떠나 어쩔 수 없이 참석 못했다는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변명이다.

한 의원은 “본회의가 끝나고 저녁먹고 왔지만 다시 회의를 여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해 의원 대부분이 국회를 떠났다”며 ‘동료 의원 탓’하기에 급급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앞서 본회의가 끝나, 저녁에 약사법을 처리해도 본회의 통과까지는 또 다시 기다려야 했던 상황”이라며 오히려 전체회의 취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변명과 함께 해열제와 진통제, 파스 등 20여개 일반약품의 편의점 판매 허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 및 수백개의 법안도 의원들의 서랍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같은 시간 법사위 회의장 주변에 있던 약사 관련 단체와 매체들은 “다행이다”, “우리가 결국 이겼다”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의 무산 뒤에는 의원들의 변명과 달리, 여ㆍ야의 사전 각본이 있었다. 법사위 한 관계자는 “본회의 직후 회의를 속개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여야 간사가 모여 산회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애시당초 일할 의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의원들의 주된 관심사였던 의석수 300석 증원안도 일찌감치 처리된 마당에, 당장 표와 상관없는 약사법 개정안 같은 민생법안은 선거운동을 위한 지역구 일정보다 하찮은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법사위의 태업과 직무유기는 앞서 있었던 오후 회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격론끝에 정무위를 통과한 저축은행 특별법의 처리를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다음 회의’로 미뤄 쥐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부산 민심과 법적 형평성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동료 의원들이 공개 표결이라는 곤란한 상황을 겪지 않도록, 법사위가 총대를 맨 모습”이라며 총선을 앞둔 여ㆍ야 지도부를 배려한 ‘신의 한 수’라고 자평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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