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투데이>중국내 김일성종합대출신들에게 탈북자 SOS친 조명철 통일교육원장
"존경하는 재중(在中) 김일성종합대학 동문 동지들께..."로 시작하는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의 편지는 간절했다. 저마다 마음 속 깊이 응어리진 사연들을 하나씩 품고 ‘죽음의 사선’을 넘은 이들이 다시 죽음의 사선 안쪽으로 끌려가는 불행이 현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조 원장이 펜을 들었다.

그는 이 서한에서 "중국은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계승한 국가로서 그 문화적 사상은 주변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중화민족의 한 구성원인 동문 동지들이 어려움에 처한 탈북자들이 새 희망으로 새 길을 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북한과의 모든 인연의 고리를 끊고 남한을 택할 수 뿐이 없었던 지난 19년전 과거가 주마등처럼 흘러가서 였을까. 그는 남한의 통일교육원장이 아닌 재한(在韓) 김일성종합대학 총동문회 회장으로, 인간 조명철로 편지를 써 내려갔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없는 취약자(탈북자)들에 대한 핍박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고 그 어떤 수단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북한 정무원 건설부장(건설교통부 장관)의 아들로 김일성의 자식들과 같이 남산학교, 김일성대를 나와 김일성대 교수를 지낸 북한 최고의 엘리트였던 그가 돌연 남한행을 택했을 때 북한은 그를 ‘인간 쓰레기’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협박과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남한에 온 이후 줄곧 “처철한 외로움 속 나를 지탱한 것은 오직 통일”이라고 항변하며 탈북자들의 꿈이 됐다.

그래서일까. 그는 전적으로 인간적인 호소에 의지하며 편지를 써 내려갔다. 그는 “학창시절 동문들의 순수한 이념으로 볼 때 이러한 현상(탈북자 북송)은 결코 묵과해서도 안 되고, 외면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가 인간적인 호소를 하며 연대의식을 강조한 재중(在中) 김일성대 동문은 중국에서도 상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위에 여럿 있다. 정확하게 동문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대략 400여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70년대부터 매년 10여명을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북한 김일성대에 유학을 보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외교부 등 중요 부서에서 과장급 이상 직책에 올라 있다. ‘북한통’으로 알려진 장더장(張德江)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비롯해 주한 중국대사관의 천하이(陳海) 부대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의 SOS가 중국내 탈북자 문제 해결에 단비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중국 사정에 밝은 외교부 한 관계자는 "중국의 의사결정은 한가지 방식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외교정책 같은 경우에도 국무원과 당이 큰 틀을 정하지만 아무래도 당 대외연락부의 역할이 커 (이 문제가) 정책에 반영될 여지는 크지 않다"고 씁쓸해 했다.

다만, 개인의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인간 쓰레기’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꿈과 뜻을 버리지 않고 있는 조 원장의 서한이 ‘쇠 귀에 경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작은 메아리가 돼 죽음의 사선에 놓인 이들에게 작은 촛불이 되기만을 바랄뿐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