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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졸·장애 극복…20여개 자격증…학점은행 통해 ‘영광의 학사모’
48세 늦깎이 학사학위 김창영씨
김창영(48ㆍ사진) 씨는 지금도 31년 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충북 충주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병치레로 누워 있던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생계를 책임지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느라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초졸(初卒)’이 그의 학력이었다.

신문을 배달하고 구두를 닦으며 가계를 꾸리던 김 씨는 “기술이라도 배우겠다”며 집을 나갔다. 그가 전국을 떠돌다 자리 잡은 곳은 경남 진해(현 창원시). 그는 운 좋게 프레스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취직한 지 한 달여. 한창 일에 재미를 붙여가던 ‘어느 날’이었다. 프레스기계가 갑자기 오작동하면서 무거운 슬라이드가 작업 중이던 김 씨의 손 위로 떨어졌다. 결국 그는 오른손 검지를 잃었다. 군에도 갈 수 없었다.

이후 2년여간 방황하던 김 씨가 찾은 곳은 버스 회사(진해여객자동차)였다. 다행히 정비업무는 꼼꼼한 그의 적성과 잘 맞았다. 그는 시간을 쪼개 자동차 정비 등 각종 자격증을 땄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결국 김 씨는 1997년 창원기능대학(현 한국폴리텍7대학 창원캠퍼스)에 들어가 2년간 공부하고 자동차정비기능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전문학사 학위를 받지 못했다.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또 좌절했다. 그러나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다시 책을 잡았다. 같은 해 4월에 중졸, 이듬해 4월에 고졸 검정고시를 잇달아 통과했다. ‘대학’이라는 꿈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가장이라서 가족의 생계가 신경 쓰였다.

그런 김 씨에게 눈에 들어온 것은 학점은행제. 자동차정비산업기사 등 평소 취득했던 많은 자격증을 환산받으니 87학점이나 됐다. 그는 더 공부하고 싶었던 자동차공학을 전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관리직(안전관리과장)으로 승진해 육체적 피로가 조금은 줄었지만, 남들처럼 똑같이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고, 밤 9시면 컴퓨터 앞에 앉아 원격강의를 듣는 생활은 힘들었다. 검지 대신 중지와 엄지에 볼펜을 끼고 필기를 하고,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강의 때문에 졸음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다 치아가 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공부한 끝에 김 씨는 지난달 평생교육진흥원으로부터 공학사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졸(大卒)’이 된 것이다. 그가 더 대단한 것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4월이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자격증은 24개로 늘어난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김 씨는 24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12년 학점은행제ㆍ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특별상을 받았다.

이날 수여식에서는 김 씨를 포함해 몽골 출신 결혼 이주여성, 탈북자 출신 조리사, 청각장애 디자이너 등 총 3만3833명이 학점은행제와 독학학위제로 ‘영광의 학사모’를 썼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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