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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 실은 ‘낭만의 크루즈’
2만t급 국적선 한·일노선 첫 취항…매일밤 댄스파티·칵테일파티 형식 선장과의 만남도 이색적
워커힐호텔 총주방장 영입
한식 메뉴에 각별한 신경

나가사키·후쿠오카
기항지 온천투어 재미

40·50대 日여성 타깃
각종 상품기획도 검토


크루즈와 낭만은 동의어다. 크루즈를 생각하면 누구나 먼저 영화 ‘타이타닉’의 한 컷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케이트 윈슬릿과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가 바다를 향해 새처럼 팔을 활짝 펴고 바람을 맞는 장면이다. 둘이 처음 만나는 갑판, 잘 차려입은 디캐프리오가 윈슬릿을 에스코트하던 계단, 음악이 끊이지 않는 만찬장, 화려한 특등실부터 3등실의 초라한 모습까지. 배 여행은 다른 여행교통 수단에 비해 사고의 위험이 적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제 지중해 바다빛을 부산으로 가져온 낭만적인 크루즈에 승선하자. 총 1500여명 규모로 축구경기장 2개를 합친 크기다. 태극기를 단 최초의 국적 크루즈 ‘클럽 하모니’호다.

아름다운 야경으로 유명한 나가사키 항구에 ‘클럽 하모니’호가 정박해 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이 거대한 배는 후쿠오카로 향한다. 다음 기항지까지 깜깜한 바다를 순항하는 동안 선내에서는 댄스파티 등 화려한 밤이 계속된다.

▶칵테일파티ㆍ우아한 만찬ㆍ신나는 댄스=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간의 안전교육을 마친 ‘클럽 하모니’호가 부산에서 나가사키를 향해 첫 출항했다. 뉴올리언스 출신의 빅밴드 공연이 시작되자, 승무원들도 승객들도 잔뜩 상기된 표정이다. 편안함과 밤새 놀 수 있다는 설렘이다. 그게 크루즈의 맛이다.

격식을 갖춘 옷차림을 하고 레스토랑에 간다. 전복, 새우 냉채, 소갈비구이 약밥 등 한국인 입맛에 맞춘 한식 저녁만찬이다. 특별히 ‘클럽 하모니’가 한국형 크루즈를 위해 공들인 부분이 음식. 제2차 남북 정상회담 평양 답례 만찬 행사와 쉐라톤 워커힐에서 한식 세계화 상품 개발을 담당했던 이춘식 총주방장을 영입했다.

매일 밤, 마리나 볼룸에서는 댄스파티가 펼쳐진다. 턱시도와 갈라드레스 등 한껏 차려입은 부부들이 마리나 볼룸으로 향한다. 걸그룹 못지않은 의상을 입은 한 무리의 중년 여성들이 클럽으로 간다. 아이들은 이미 ‘키즈클럽’으로 보냈다.

둘째 날에는 ‘선장과의 만남’이 있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칵테일파티 형식으로 펼쳐진다. 제복이 멋진 이탈리아 출신의 아넬리토 몬테 살치오와 이형식 선장을 만났다. 3박4일간의 순항을 책임져줄 사람들이다. 이어지는 커버댄스 그룹 ‘메리지(Merry-G)’의 공연. 소녀시대, 시크릿, 원더걸스 등 최고의 걸그룹 못지않은 춤과 노래 실력이다.

옥외 자쿠지와 야외수영장은 닫혀 있지만, 여름에 다시 온다면 멋진 풍광과 휴식을 제공할 듯싶다. 9층에 위치한 엘레미스 스파 클럽에는 발리, 스웨덴식 마사지 외에, 다듬잇방망이와 인삼을 이용한 한국식 마사지도 준비되어 있다. 


▶나가사키, 후쿠오카…기항지 투어도 즐겁다= 크루즈를 즐기는 유럽, 남태평양 등에선 기항지 투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보통 일주일을 넘기는 긴 여행이라 여유 있기도 하고, 선내 활동도 다채롭기 때문. 하루종일 선내에 머물며,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햇살이 좋으면 야외수영장에서 선탠을 즐긴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여러 장소에 발 디디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 특유의 여행 스타일을 반영, 하모니 크루즈에서는 다양한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가사키에서는 하우스텐보스 전일관광을 15만6000원(소인 12만5000원)에, 평화공원과 원폭자료관 등을 둘러보는 시내관광과 후쿠노유 온천체험을 묶어 12만원(소인은 9만6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시내관광만 할 경우엔 10만원(소인 8만원)이다.

▶크루즈 여행 매너? 고급호텔과 같다= 크루즈는 페리와 달리, 이동의 목적이 크지 않다. 물론 기항지 투어가 있지만 선내 활동이 핵심이다. 따라서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지내는 만큼 지켜야 할 에티켓도 당연히 따라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고급호텔이라고 생각하면 답이 쉽게 나온다.

우선 객실이 아닌 복도나 로비, 바, 레스토랑을 출입할 때 드레스코드까지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해도 너무 편안한 복장은 금물이다. 이번 크루즈 여행 기간에도 종종 객실 슬리퍼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식사를 하러 온 승객들이 보였다.

또 뷔페에서는 캐주얼 차림도 괜찮지만, 코스별 정찬이 나오는 레스토랑에서는 정장차림을 하는 것이 예의다.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상황별로 바꿔 입는 의상에도 있다. 저렴한 가격에 갈라 드레스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으니, 서양식 파티 문화를 즐겨보자. 에티켓과 재미, 모두 잡을 수 있다.

▶‘두근두근’ 첫 출항, 아쉬운 점은= 현재 하모니 크루즈의 면세점에선 담배와 주류만이 소량 판매되고 있다. 애초 출항 전 입점이 예정이었던 롯데면세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굳게 닫힌 문 위엔 ‘3월 그랜드 오픈’이라는 장근석 포스터가 승객들을 맞는다. 하모니 크루즈 측은 “일본 40~5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기획 중에 있다”면서 “롯데와 같은 대형 면세점과의 계약이 반드시 필요했고, 계약 조율과정에서 입점일이 조금 미뤄진 것 뿐” 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항지 투어에 온천관광이 있긴 하지만, 선내에 사우나, 찜질방 등의 시설이 없는 것도 아쉽다. 본래 이탈리아 배라서 그런지, 객실 화장실에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외에 한국어 안내문이 아직 없는 것도 불편했다.

한편, 2월 16일 첫 취항 후 3박4일, 4박5일의 일정으로 한~일 구간을 운행 중인 ‘클럽 하모니’호는 3월과 4월의 3박과 4박 상품을 44만9000원(인사이드룸 기준)이라는 동일 요금으로 판매한다. (문의) 1600-1073.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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