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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주주 내친 세계 최대 카지노 체인 ‘윈’의 원칙
필리핀서 허가권 대가 숙박비 대납 적발…“카지노 사업 수장 도덕·법 준수의무 있다”칼 같이 적용

대기업의 창업자(최대주주)도 사내 규정과 법을 어기면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장면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한국기업 풍토에선 가혹한 조치가 세계 최대 카지노ㆍ리조트 체인인 윈 리조트(Wynn Resortsㆍ이하 윈)에서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간) 일제히 윈이 전날 이사회를 열어 최대주주인 일본의 카지노 재벌 오카다 가즈오 부회장에게 이사회 멤버에서 물러날 것을 요청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윈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최고급 호텔인 앙코르와 윈을 나란히 세워놓고 있어 한국인에게도 알려진 업체다. 애초 ‘카지노 왕국’을 건설한 스티브 윈이 창업했다. 그러나 2002년 10월 오카다와 손을 잡고 공동창업자 체제를 이어왔다. 스티브 윈과 오카다는 각각 20%씩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스티브 윈이 부인과 이혼 과정에서 주식을 위자료로 넘기면서 오카다가 윈의 최대주주가 됐다.

윈 이사회의 결정은 ‘드라마’ 같았다. 오카다에게 사임 요구과 함께 그가 갖고 있던 27억7000만달러어치의 윈 주식을 매수키로 했다. 대신 그에게 향후 10년간 19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사실상 강제로 오카다의 주식을 빼앗은 뒤 시장가격 기준으로 30% 이상 후려친 금액을 ‘위로금’ 형식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오카다의 ‘죄’는 ‘과욕’에서 출발했다. 스티브 윈과 별도로 필리핀에 카지노를 짓기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허가권 발급의 대가로 윈 호텔에 묵게 하면서 관련 비용 11만달러를 내준 게 발각된 것. 오카다는 아울러 2010년 9월엔 필리핀 공무원들에게 5만달러 이상을 주고 샤넬백도 구입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윈 이사회의 원칙 적용은 ‘칼’ 같았다. 윈의 밥 밀러 준법감시위원회 의장은 “카지노 사업을 하는 수장으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 기준과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윈은 오카다의 비위를 색출하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의 루이스 프리히 전 국장까지 고용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조만간 시작될 주주총회(12월 결산법인) 시즌을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 재벌총수, 대표이사 등의 참여를 배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총수의 눈치를 보며 ‘거수기’ 역할만 해온 관행을 확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 것이다. 때마침 날아 들어온 윈 이사회의 ‘읍참마속’격 조치가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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