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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0원 떼인 택시 요금 받으러 민사소송?...그냥 침한번 뱉고 말지”
지난 16일 새벽 3시께. 개인 택시기사 정장훈(58)씨는 요금을 내지 않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서울 혜화경찰서까지 오게 됐다. 손님은 조사 도중 집으로 가버렸다. 택시비 2만 900원은 결국 받지 못했다. 3시간이 넘는 조사로 피곤해진 정 기사도 다음 일을 준비하기 위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경찰서를 나와 버렸다.

술 취한 손님이 무심코 저지른 한 번의 택시비 떼먹기 사건으로 정 기사가 손해 본 비용은 대략 얼마나 될까.

정 기사는 “요금이 2만원 좀 넘게 나왔고, 할증 시간대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니 시간당 2만~3만원만 쳐도 8만원에서 12만원이죠”라고 했다. 손해액이 떼인 요금의 4배에서 6배에 이른다는 의미다.

택시기사들이 못 받은 택시요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뭘까.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미안하다며 건네는 택시비 말고는 소액심판청구 등의 민사소송 외에는 없다.

택시기사들이 얌체손님들을 우여곡절 끝에 붙잡아 겨우 경찰서로 데리고 오면, 경찰은 얌체족들을 불구속 입건 시킨 후 검찰에 송부 하게 된다. 이후 불구속 기소된 얌체손님들은 벌금을 내고 이 벌금은 고스란히 국고로 넘어간다.

국고를 늘려 줬다고 국가에서 택시기사들에게 포상금을 주는 것은 없다. 정착 국고 수익 극대화에 기여한 기사들은 돈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법인용 택시가 요금을 떼인 경우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 경우 다음 교대 조에게 차를 넘기지 못해 보상비 조로 시간당 대략 1만 5000원씩 계산해서 몇 만원씩 다음 교대자에게 쥐어줘야 한다.

정 기사는 “5000원, 만원 떼이면 그냥 참는 게 낫지요. 못 참고 경찰서에 가면 손해가 더 커요. 어쩌다 너무 억울해서, 괘씸해서 손해 보면서 가는 거지...”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경찰서 경제팀 채용식 수사관에 따르면, 무임승차 손님을 태운 뒤 택시요금을 못 내겠다고 소위 ‘땡깡’(?)을 부릴 경우 택시기사가 승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떼인 요금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 소송비용, 소송 소요 시간, 그리고 소송 과정에서 겪는 심적 스트레스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경찰서에서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무임승차 승객을 향해 요금은 좀 내시라고 권유를 하지만 권유는 말 그대로 권유일 뿐이다.강제성이 없다. 택시 요금 떼이는 것을 필두로 손해가 늘어나기도 한다.

조사받는 시간 동안 영업도 못하는데다 하루 단 4시간 있는 할증시간이 겹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채 수사관은 “수중에 돈이 있으면 요금을 좀 내시라고 저희가 얘기는 한다”면서도 “경찰이 요금 정산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택시기사들에 따르면 현금을 뽑아 오겠다며, 편의점으로 들어가 뒷문으로 사라지는 승객도 있고, 텅빈 티머니 카드를 보여주며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잔액이 있었는데”라며 머리를 긁는 상습범들도 있다.

정주원 기자/joowon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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