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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ㆍ직장인 ‘도시락족’ 급증
-고물가시대 밥값 절약하고 자기계발 시간 절약 위해

매일 아침 등교하는 자녀를 위해 분주하게 도시락을 싸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학교 급식이 정착되면서 학생들의 책가방은 도시락 부피 만큼 여유가 생겼지만, 도시락을 싸지 않던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점심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싸 온 도시락을 먹는 풍경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은 주로 자기 관리ㆍ계발과 업무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도시락을 싸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임수민(25ㆍ여)씨는 “회사 내 휘트니스센터에서 요가를 배운다. 사무실 근무를 하면서 하루 종일 앉아 있다보면 허리도 아프고 다이어트를 겸해서 운동을 시작했다.”며 “점심시간이 1시간이어서 요가를 30분 정도 하고 밥을 먹는데, 한정된 시간을 활용하다보니 따로 나가서 식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도시락을 싸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혜연(29ㆍ여)씨도 “12시에 점심을 20분 정도 먹고, 20분부터 50분까지 회사 주변을 걷는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밥 먹고 나면 소화도 시켜야 하기 때문에 30분 정도 산책을 한다. 앉아있는 일이라서 잠시라도 바람도 쐬고, 운동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인 고미순(55ㆍ여)씨는 “점심시간에 종종 오후에 있을 회의를 준비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에 도시락을 시켜서 먹거나 집에서 준비해 와 먹으면서 발표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아이들 도시락을 싸면서 같이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졸업해서 도시락 쌀 일이 없지만, 시간을 아낄 수 있어 가능하면 집에서 준비해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물가시대도 회사ㆍ대학 내 점심시간 풍경을 바꾸고 있다. 물리치료사인 이승연(28ㆍ여)씨는 “매일 30분정도 더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싼다.”며 “물론 귀찮지만 식당 밥은 영양가도 없어보이고 비싸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먹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이론 공부 뿐만 아니라 병원 내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다.

대학원 연구원인 김혁(26)씨는 “경제적인 이유와 다이어트를 위해 이번주부터 현미밥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며 “친척분이 쌀을 보내주셔서 도시락을 싸 오면 밖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절약되고 영양적으로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만 들고 다니기가 불편한 애로사항이 있다”며 겸연쩍어했다.

대학생 주애리(24ㆍ여)씨는 “학교식당이 3800원으로 싸지 않은 편이다. 학교 주변 다른 식당은 5000원~6000원으로 더 비싸다.”며 “딱히 사먹을 메뉴도 없고, 대학생 용돈으로는 너무 부담되는 액수라서 도시락을 자주 싸서 다닌다.”고 말했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지갑사정을 생각하면 이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회사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직원들이 늘면서 탕비실이나 휴게실에 전자렌지를 마련해 놓기도 하고, 심지어 전기밥솥을 두고 직접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학생들의 전유물이었던 도시락이 이제 학교담을 넘어 경쟁과 경제 제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태형ㆍ서지혜ㆍ원호연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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