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로데오가 있는 게 아니다. 대구에도 있다. 그런데 조금 다르다. 시원하게 잘 닦여, 반짝반짝 윤이 나는 서울의 로데오 ‘거리’는 아니다. 피어싱, 배꼽티를 입은 젊은이들이 한껏 문화 경쟁을 벌이지만, 대도시답지 않은 정겨움이 있다. 그래서 이름도 ‘로데오 골목’ 이다.
대구 중구에는 골목이 1000여개다. 클럽골목, 카페골목, 늑대골목, 야시골목, 통신골목, 화방골목, 약전골목, 따로국밥 골목, 동인 찜 갈비 골목, 김광석 골목, 떡볶이 골목….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지만, 이름만 들어도 무엇이 그 골목의 주인이고, 누가 자주 다니는지 쉽게 상상이 가능하다.
있는 그대로의 골목이 대구 사람들의 삶이고 역사이고, 우리네 유적이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들을 실제 이름과 현재의 모습을 짝지어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곳은 1990년대, 어떤 곳은 1980년대 같다. 때론 1970년대에 온 것처럼 옛 느낌이 가득한 골목도 만난다. 서울에서 1시간40분이면 대구에 도착하는 KTX는 일종의 타임머신인 셈.
특히 대구의 부자들이 모여 살던 부촌 진골목에 위치한 80년 역사의 미도다방은 대구 골목길 투어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명소. 점잖은 중절모에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는 지팡이 차림의 손님들. 대부분 미도다방 역사에 버금가는 연세의 어르신들이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주인 정인숙(60) 씨가 ‘만인의 연인’이라는 별명답게 평등(?)하게 응대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골목이 1000여개라지만, 지도는 필요없다. 따박 따박, 뚜벅 뚜벅. 16년간 걸었던 대구의 ‘민낯’을 담아, 과거까지 투명하게 비쳐주는 오정미(40) 시인의 ‘젊은 골목길-대구’ 한 권이면 된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