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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후 소득공백 ‘마의 10년’, 해법은 연금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자녀를 둔 김영하(48), 이지선(46) 부부는 맞벌이를 통해 월 평균 600만원대의 수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녀교육비 200만원과 주택상환 대출금 40만원, 식비ㆍ의료비 130만원, 교통ㆍ통신비 30만원, 기타 신용카드 이용대금 등을 지출하고 나면 월 저축 가능액은 100만원 남짓이다. 이 부부는 매월 보장성보험 40만원과 적립식펀드, 은행적금 상품에 각각 30만원씩을 넣고 있다. 은퇴를 불과 5~10년 앞둔 이들 부부의 노후대비 자산관리는 과연 최선일까. 확실할까.

▶소득의 징검다리 마련=성공적인 은퇴 준비를 시작하려면 ‘은퇴 IQ’, 즉 효율적인 은퇴 이후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한 자산배분과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먼저 쌓을 필요가 있다. 은퇴자산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20~30년 이후를 내다보고 길게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짜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평균 은퇴연령인 55세부터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65세까지 소득의 공백기, ‘마(魔)의 10년’ 동안 먹고 쓸 수 있는 ‘소득의 징검다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60세부터 국민연금 수령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61세로 늦춰지고 2033년부터는 65세로 더 밀린다. 이웃 일본도 공적연금 수령 시기가 과거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면서 이른바 ‘롤오버 세대’(Roll-over; 만기 연장)의 노후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오진호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원 “우리나라 직장인의 정년연령은 55세 전후로 변화가 없는데 반해, 국민연금의 수령연령은 점차 늦춰지고 있다. 이 간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못하면 40년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퇴생활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인연금, 선택 아닌 필수=55~65세 사이 소득의 공백기를 대비하는 데는 개인연금이 가장 효과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개인연금은 직장생활 기간 동안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55세부터 연금 수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금 수령 시 15.4%의 금융소득세가 아닌 5.5%의 저율과세가 적용되는 장점도 누릴 수 있다.

앞서 김 씨 부부의 경우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도 매월 100만원 정도를 보험과 저축상품 등에 비교적 다양하게 나눠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적금 대신 연금저축이나 연금펀드를 30대부터 꾸준히 투자했었더라면 소득의 공백기를 메워줄 징검다리로서 지금보다 나은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55~65세 사이 소득의 공백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 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지난 2010년말 기준 국민연금 1인 평균 수령액은 77만원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50세 이상 부부 최저생활비(122만원) 기준으로는 1억2646만원, 부부 적정생활비(175만원) 기준으로는 1억8146만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최저생활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30세 직장인 가정은 매월 51만원, 40세 직장인 가정은 매월 80만원 씩을 저축해야 마련할 수 있는 규모다.



▶은퇴 준비 빠를수록 좋다=‘어리석은 자의 노년은 겨울이지만 현자(賢者)의 노년은 황금기다.’ 탈무드에 나오는 명언이다. ‘경제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은퇴 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퇴직 이후 노후 기간이 40~50년이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생활 시작 초반인 25~35세부터 은퇴 준비에 나서도 결코 이르지 않다.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의 저자인 고득성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삼성PB센터 이사는 책에서 “노후대비 계획은 빨리 실천할수록 좋다. 20대부터 시작하면 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반면 40대에 시작하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도 “어차피 소비는 갈수록 늘어나지 줄어들지 않고, 투자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시간이다. 25~35세가 은퇴 준비를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당수 직장인들이 40대 이후에는 막대한 자녀교육 비용 때문에 먼저 가입했던 상품도 해지 또는 납입을 중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30세를 전후해 연금저축 등 은퇴 준비 전용계좌를 만들어 적은 돈이라도 월급 일부를 꾸준히 복리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투자에 따른 복리효과는 실제 계산해 보면 매우 크다. 1억원의 돈을 연 수익률 5%로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10년 후에는 1억6000만원, 20년 후에는 2억7000만원, 30년후에는 4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젊을 땐 위험자산, 나이들수록 안전자산=은퇴 전문가들은 또 소득이 적은 대신 투자기간이 길다는 장점을 가진 20~30대는 주식 등 고위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대신 은퇴 시기에 접어든 50대 이후에는 주식 비중은 낮추고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나가야 한다.

생애맞춤형으로 설계된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20대일 때는 보통 자산의 8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다. 이후 10년마다 주식투자 비중을 10%포인트씩 줄여 투자자가 은퇴하는 60대가 되면 주식비중이 2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 수준으로 낮아진다.

젊은 직장인의 경우 국민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과 함께 4대 연금으로 꼽히는 퇴직연금도 DB(확정급여)형보다는 운용 성과에 따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DC(확정기여)형 선택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은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 국면에선 높은 임금상승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DB형보다 DC형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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