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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떼법·票法 봇물…여론 뭇매에 정치권 꼬리내리나
상비약 슈퍼판매 반대하다
슬그머니 약사법개정안 처리

저축銀 특별법·여전법도
영세업자 등 표심 의식
여야 법사위 표결 관심
전문가 “국민적 비토”충고



지난 일주일, 국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려 5개월을 허송세월하며 상비약 슈퍼 판매에 반대해오던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언제 그랬냐는 듯 관련법(약사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지난 9일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슬그머니 통과시킨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뒤늦게 발 빼기에 분주했다. 일부 의원은 “나는 불참했다” “나는 적극 찬성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담아 출입기자의 휴대폰을 연신 울려댔다. 이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유보’ 딱지를 붙이고 나서면서 15일 법사위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4ㆍ11 총선을 의식해 소비자 편익을 무시하고 이익집단의 편에 섰던 의원들, 표와 법을 맞바꿨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초헌법적 졸속법안들을 추진해온 의원들이 여론의 역풍 속에 몸을 낮춘 채 바짝 엎드리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국회는 헌법보다 무섭다는 떼법, 그 떼법보다 더 몰염치한 ‘표법(票法ㆍ표를 구걸하는 법안)’들로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국민 90%가 찬성하는 상비약 슈퍼 판매를 약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약계 인사가 대거 포진한 상임위에서 반대한다’는 여론이 들끓고(헤럴드경제 2월 8일 3면 참조), 헌법에도 없는 소급적용과 기본권 침해의 독소조항을 담은 법안들에 대한 사회 각계의 질타가 잇따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당초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약품 안정성을 우려해 법안을 심사숙고했을 뿐, 약사회의 표를 의식한 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허구이자, 이익단체의 입장을 여과 없이 수용한 의원들의 직무유기였다. 약사법 개정에 처음부터 찬성해온 손숙미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약사회가 제공한 논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까 주장에 허구가 많았다”면서 “특히 안정성에 관한 한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일본에서도 상비약 슈퍼 판매가 이뤄지는 걸 보고 여러 경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무위를 통과한 ‘저축은행 특별법’과 ‘여전법’도 상황은 비슷했다.허태열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1년 전부터 준비한 법이 어떻게 포퓰리즘이냐, 부산뿐 아니라 전국 18개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정부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실제로 시행될 경우 구제 대상인 18개 부실 저축은행 중 부산ㆍ부산2저축은행 고객들에게 추가 보상액의 64%가 배정될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은 한층 악화됐다.

국회 관계자는 “부산ㆍ경남(PK) 수성이 다급해진 여당과 PK를 정권 교체의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야당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저축은행 특별법은 소급적용, 여전법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라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법 집행이 원천봉쇄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동료의원들까지 나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초헌법적, 포퓰리즘 입법 활동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에 출연해 “지역구 사정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있지만, 법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상비약 슈퍼 판매는 여론에 결국 굴복했지만 ‘저축은행특별법’과 ‘여전법’은 총선ㆍ대선 판짜기에 혈안이 된 여야 모두 부산ㆍ경남 표심과 영세업자의 표심 때문에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법적 요건에도 맞지 않는 법안에 대해 입을 맞춘 듯이 침묵하고 있는 여야 지도부가 특정 지역ㆍ계층의 지지를 얻으려다 국민적 비토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정치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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