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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대서양 작은섬 포클랜드에 무슨 일이?
英 구축함‘HMS 돈틀리스’배치에 아르헨 강력반발… 양국간 영유권 분쟁 뒤켠엔 어마어마한‘검은 금맥’이…
인근해상서 47억배럴 유전 발견

채굴땐 세수만 1800억弗 달해

21세기형 경제전쟁으로 확전 양상


英 국방비 감축-아르헨 빈약한 군사력

전문가들“ 전쟁까지는 가지 않을 듯”

4월 포클랜드戰 30주년까지 긴장 지속

아르헨티나가 낳은 천재적 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1982년 자신의 조국과 영국이 포클랜드섬(아르헨티나는 말비나스로 부름)의 소유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자 “대머리 남자 두 명이 서로 빗을 갖겠다고 싸우는 것”이라고 빗댔다.

남대서양의 작은 섬 포클랜드는 매서운 바람과 함께 나무도 듬성듬성 자라는 불모지임에도 두 나라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싸우다 9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걸 통탄한 것이다. 1만2173㎢의 면적으로, 제주도의 6.5배 정도 되는 이 포클랜드가 전쟁 발발 30년이 되는 올해 또다시 아르헨티나와 영국 간 뜨거운 감자가 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클랜드엔 대체 어떤 스토리가 숨어 있기에 논쟁과 외교전, 군사대치가 끊이지 않는 것인가.

▶1833년 이후 식민통치 논란은 진행형=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최근 포클랜드 해역에 대공방어 능력이 뛰어난 구축함 ‘HMS 돈틀리스(Dauntless)’를 배치했다. 아르헨티나는 핵잠수함도 영국 측에서 파견했다고 주장하지만, 영국은 확인을 거부하는 중이다.

아무튼 포클랜드 영유권을 둘러싼 논쟁은 아르헨티나의 ‘여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간 기싸움 속에 휘발성 짙은 군사력 증강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21세기판 ‘포클랜드 사태’는 식민통치의 잔재다. 섬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건 영국으로, 그 시기는 1690년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이 차례로 점유했다. 그러던 중 1820년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포클랜드에 대한 주권을 주장했다. 이에 대항해 영국이 이 섬을 1833년 점유하고 포클랜드에 살던 아르헨티나 국민을 쫓아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급기야 1965년 유엔은 포클랜드를 ‘분쟁지역’으로 규정하고 당사자끼리 해결책을 찾으라고 한 발 물러서기에 이른다. 하지만 17년간의 협상은 무위로 끝나고 당시 군사정권(레오폴트 갈티에리 대통령)이 들어서 있던 아르헨티나는 1982년 4월 2일 영국이 점유하던 포클랜드에 군병력을 파견해 ‘전쟁’이 일어난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전쟁 발발 74일 만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받아냈고, 이후 포클랜드에 대한 실효적인 지배를 하면서 현재 그 섬엔 3000여명의 주민이 영국에 속하길 희망하며 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몽니(?)…알고보니 포클랜드는 ‘금맥’= 아르헨티나는 왜 굳이 최근 들어 포클랜드를 쟁점화했을까. 2010년 2월 영국의 조그마한 석유회사가 포클랜드 해역에 석유 굴착선을 보낸 게 도화선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이후 포클랜드 선박의 자국 항구 이용을 금지하기로 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4개국의 합의도 이끌어냈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와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극심한 인플레이션 등 내치(內治)에 실패, 국민의 관심을 국제 이슈로 돌리기 위해 포클랜드를 끌어들였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포클랜드 해역 밑바닥에 매장돼 있는 원유량이 무시못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포클랜드 사태’는 정치를 넘어 경제적 문제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2일(현지시간) 포클랜드 인근 해상 4곳의 주요 원유 굴착지에서 잠재적으로 47억배럴의 원유를 발굴할 수 있어,현실화하면 이와 관련한 세수가 18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에디슨투자연구소가 추산한 수치로, 관련 보고서는 이번주 중 영국 정부에 제출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47억배럴은 11년 전 북해에서 발견돼 최근 최고치를 기록한 3억배럴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양이다. 포클랜드가 현재 어업으로 매년 2300만달러를 벌어들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이 섬은 석유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하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포클랜드가 펭귄이 뛰어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인 보르헤스가 생전엔 알지 못해던 포클랜드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아르헨티나와 영국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땅이 된 것이다.

▶전쟁 가능성은= 군사대치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영국은 국방비 감축이 진행 중으로, 현재 포클랜드 방어비용으로 연간 7500만파운드(한화 1334억여원)를 들이는 상황에서 돈을 추가로 쏟아부을 여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르헨티나도 빈약한 군사력으로 볼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결국 포클랜드 사태는 외교적으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중남미 전문가 프란스시코 파니사 교수는 “두 나라의 논란은 최소한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한 4월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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