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자본시장 곳곳에 부작용이 드러나는 등 불똥이 번지고 있다. 당장 투자은행(IB) 육성과 같은 거대담론은 차치하더라도,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금지 문제부터 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의결권 행사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당장 투자자 입장에서 불이익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개정안은 집합투자업자가 충실의무에 따라 투자자 이익에 부합하게 펀드재산인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토록 유도하고 있다. 또 증권예탁원의 중립 의결권 행사(shadow voting) 제도를 2015년부터 폐지하는 내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펀드의 의결권 행사는 운용사의 입맛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또 증권예탁원의 중립의결권 행사는 경영진에 대한 주주의 견제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문제점을 낳고 있다. 2010년부터 전자투표제가 시행돼 기술적으로는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 길이 열렸지만, 참가하는 기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13일 하이닉스반도체 임시주총에서도 논란이 된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서 대부분의 펀드는 찬성표를 던졌고, 예탁원은 섀도보팅을 통해 안건에 대한 소액주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했다.
두 번째, 분리형 BW 금지도 대주주의 편법 지분 확대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지만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막을 길이 없어졌다. 하반기부터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될 것으로 예상해 앞당겨 발행에 나선 기업이 치른 무형의 기회비용도 하소연할 곳이 없게 됐다.
세 번째, 실권주 임의처리 제한을 막지 못하게 돼 대주주의 편법적 지분상속의 길이 그대로 남게 됐다. 일부 기업에서 대주주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고의로 실권한 후 이를 자녀와 친인척 등에게 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투자자뿐 아니라 증권사도 난처하게 됐다. 최저리 조달수단인 콜차입이 단계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현행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가 그대로 적용돼 영업용 자금조달은 물론 영업활동 자체에도 상당한 위축이 불가피하다. 개정안 내용대로 바젤 규제를 적용하게 되면 차입비율이 은행 수준(최소 8배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영업활동의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 또 차입비율이 높아지면 단기성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는 여건도 양호해져 콜차입 금지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도 있다.
한편 개정안의 핵심내용인 IB 육성에 대해서는 당장 업계에 미칠 타격은 미미할 전망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