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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립PC 전파인증에 떨고있는 용산 전자상가
“횡단 보도를 제대로 그려 놓고 무단횡단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송통신위원회가 브랜드 조립 PC도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한 뒤 한 브랜드 조립 업체 관계자가 내뱉은 탄식이다. 지금 조립 PC 업계는 방통위의 전파인증 요구로 술렁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전파인증을 받은 부품으로 완제품도 조립과정에서 전자파 발생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파법과 관련 고시에 따라 별도의 시험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대표적인 브랜드 조립 PC 업체인 컴퓨존이 자사 조립 PC 브랜드 ‘아이웍스’ 시리즈에 대한 전파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민원이 제기되어 방통위 산하 서울 전파관리소가 조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컴퓨존의 손정현 기획팀 차장은 “세금 한번 탈루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조사를 받게 되어 회사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컴퓨존 측이 억울해 하는 이유는 지난 1992년에도 동일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 당시 주무부처인 체신부가 “조립PC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파인증을 통과한 부품으로만 조립한 조립PC는 검정필 된 것으로 보고 단속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20년 동안 관련 규정이 바뀌거나 해석이 달라졌다는 통보 역시 없었다고 한다. 행정부처의 급작스러운 태도변경에 업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조립PC에 대한 방통위의 전파인증의무화 발표후 조립PC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3일, 용산전자상가내에 있는 한 컴퓨터 매장은 손님도 거의 없어 한산한 느낌을 주고 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전파인증 비용은 모델 당 150만원. 보통 한 달에 파생되는 모델이 100개가 넘는 조립 PC업계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모델마다 전파인증 비용을 지불하면 현재 2~3% 마진율을 보이는 조립 PC 특성 상 한 달에 50만원 대 제품을 모델당 100대 이상 팔아야 본전 장사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모델 당 한달 판매량은 20대 수준이다. 결국 가격 인상이나 조립비 명목으로 전파인증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 전파인증에 소요되는 시간도 문제다. 한 건의 전파인증 요청이 처리되는 시간은 대략 한달. 새로운 부품이 출시되면 바로바로 적용하여 최적의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주 전략인 조립 PC 업계에 한 달의 기간은 큰 손실이다.

논란은 브랜드 조립업체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누군가 민원을 제기한다면 돈을 받고 견적을 내고 PC 조립을 해주는 다른 업체 들도 조사가 가능하다. 부품이 인증을 받았더라도 완성품은 따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방통위의 논리 자체는 영세 조립PC 업체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영세 조립 업체도 향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다른 조립업체의 한 담당자는 “인증도 받지 않은 부품으로 PC를 만들어 팔고 고장이 나서 찾아가면 업체가 사라져있는 상황을 바꿔보고자 인증을 거친 부품만 쓰고 사후관리에 신경썼다. 조립 PC의 특성에 전혀 맞지 않는 완성품 인증을 강요하면 소품종 대량 생산에 정부 조달까지 꿰찬 대기업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에 불리한 인증 요구를 비판했다.

조립 PC 업계가 전파인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부품 하나만 바뀌어도 모델이 달라지는 조립PC와 영세한 중소기업의 특성을 감안, 조립 PC에 적용되는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인증 비용과 시간을 그대로 적용받으면 업계 전체가 조립 PC사업을 그만두라는 얘기다“며 “말로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발전을 외치지 말고 비현실적인 규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며 규제당국의 각성을 요구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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