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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샐러리맨 초한지’ 모가비 김서형 “연상과 사귀어본 적도 없는데…”
‘오너 딸’과 맞짱 뜨고, 웬만한 남성 임원보다 지략과 배포가 더 낫다. 얼굴 되고 몸매 되고, 싸움까지 되는 완벽녀. 직장 내 정치 판도를 훤히 꿰뚫고 있으며 최고 권력까지 탐내는 야망있는 여비서. 이런 비서, 현실에선 없고 여태껏 드라마 속에서 조차 보기 어려웠다.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의 천하그룹 회장 진시황의 비서실장 ‘모가비’ 얘기다.

중국 군웅할거시대 전장(戰場)을 현대사회 직장으로 옮겨 온 ‘샐러리맨 초한지’는 주요 등장 인물의 이름과 성격을 중국 역사소설 ‘초한지’에서 따왔다. 소설엔 모가비란 이름은 없다. 때문에 진시황의 수족처럼 굴다가도 야릇한 미소를 띠는 모가비는 극 초반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로 보였다. 그의 정체와 야욕의 배경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각종 추측이 난무했을 정도.
제작진에 따르면 모가비는 역사 속에선 진시황의 환관(내시) ‘조고’다. 조고는 진시황 사후 2세 황제 뒤에서 계략과 음모를 일삼으며 권력을 휘두른 악역이다. 드라마가 중턱을 넘으며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모가비의 앞으로의 활약이 주목되는 이유다.

모가비를 연기하는 배우 김서형(39)을 지난 7일 서울 정동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김서형은 “주변에서 한마디로 표현해 ‘골 때리는’ 드라마가 나왔다고 하더라”며 운을 뗐다. 그는 “시청률도 더 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우리는 만족해 한다”고 전했다.

김서형은 유인식 감독과 장영철ㆍ정경순 작가의 전작 ‘자이언트’에서 인생풍파를 겪은 화류계 큰 손 ‘유경옥’을 연기한 것이 인연이 돼 이번에도 유감독과 장 부부 작가의 공동 작업에 합류하게 됐다. “‘자이언트’ 끝나고 건강이 안좋아져서 다들 몸과 마음을 다지는 의미로 뭉쳐서 자전거를 탔어요. 저는 이 드라마가 남자 얘기라고만 들었지 관심을 안 갖고 있었는데, 문득 연락이 와서 (시나리오) 받아가라 해서 ‘제가 할 게 있나?’ 싶어 의외였죠. 그래서 “네 감사합니다” 했어요.”



아닌게 아니라 김서형은 초반 모가비의 캐릭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작가님이 먼저 얘길 안 해 주셔서, 혼자 생각으로 연기하니 어려웠죠. 여치(정려원 분)는 아버지가 할아버지 때문에 죽었고, 항우(정겨운 분)도 아버지가 천하그룹에 있다가 잘못돼서 복수하려고 하잖아요. 모가비는 도대체 뭘 하는 줄 모르겠어서 작가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했어요. 작가님도 모가비가 사실 제일 어려울 것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모가비의 숨은 야망은 13회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그는 “모가비는 ‘진시황을 10여년 모셨는데, 왜 나한텐 후계자 기회를 안 주실까’라고 생각한다. 그게 갑자기 나타난 생각은 아닐 거 같다”며 “뭔가가 벌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제 6회분 남았는데 항우와 유방이 천하그룹을 차지할 것인지, 여치가 후계자 자리에 앉을 것인지, 모가비가 그 사이에서 방해를 할 것인지 등은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진시황’의 이덕화, ‘유방’ 이범수, ‘범증’ 이기영 등 출연진 상당수가 두 번째로 뭉치는 만큼 촬영장 분위기는 처음부터 더없이 좋았다. 김서형은 “포스터 촬영을 위해 경남 합천에서 빗속에서 싸우는 장면을 ‘원신 원컷트’로 찍는 데 NG가 없었다. 감독님이 너무 행복해하시는 게 눈에 보이더라. 손발이 다 잘 맞는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빗속의 결투 장면뿐 아니라 여러 장면에서 그는 난이도 높은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 “여자 스턴트맨이 오셨지만 일단 배우가 ‘바스트샷’을 받아야 하니까 새벽에 현장에서 연습하고 바로 촬영했는데, 되더라구요. 제가 다했어요. 사전에 뭘 따로 배우진 않았어요.”

김서형은 1994년 KBS 16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2008년 SBS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 역으로 시청자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5년 SBS ‘그린 로즈’ 이후 굴곡진 인생의 역을 주로 맡아 온 터라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과 연기 욕심은 누구보다 컸다.



“ ‘신애리’로 정말 악녀 연기의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해요.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데 다음에 오는 것(배역)들이 없어서 좀 힘들어요. 제 나이에 비해 나이 든 역이 들어오고, 드라마는 주어진 이미지를 뽑아 써야하니까 (제작진이) 모험을 잘 안 하시려고 해요. 힘든 게 그 부분이에요. 그래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선 드라마 안에서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어 복이라고 생각해요. 서형이한테 다양한 모습을 보신 분들이 이런 저런 풍파를 겪는 역에 써주시는 걸 보면 다양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겠죠.”

그는 극 중에서 비교적 나이 많은 선배 연기자와 ‘야릇한(?)’ 관계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제 나이에 비해 나이 든 역을 맡고,이번 드라마도 좀 올드 해보이는데, 나이든 선배들과 연기를 하니까 그렇게 보이나 보다”면서 “실제로는 1~2살 연상과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연하남이 편한데…”라고 했다.

그는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에 “남자들이 접근을 잘 안한다. 이미지 때문인가?”라며 웃었다. “아직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안 채워졌는데, 결혼해서 남자가 채워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일이 남자고, 일로 연애하는 거 같아요.”

그는 데뷔 후 한동안 일이 없을 때에도 연기자 한길 만을 바라봤다. “생활만 겨우 겨우 하고 있을 때도 일반 사무직이나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일이 없어요. 빨리 사회에 발을 들여 상처를 많이 받고, 회의가 생겨 부모님이 고향인 강릉으로 내려와라 했지만 그만두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연기를 배워본 일은 없지만 전 이일을 하도록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큰 소리로 책 읽고 녹음하는 걸 좋아했어요. 강릉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겨울엔 눈이 오는 길, 가을엔 코스모스 보면서 학교 다니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 감수성이 연기에 바탕이 됐지요.”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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