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고이 모아 계열사에게= 10일 헤럴드경제가 금융권의 2011년 연간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액 및 누적적립금을 분석한 결과, 삼성생명이 2조8821억원 증가해 전체 1위를 지켰다. 신한은행이 1조7895억원 늘어 국민은행을 100억원 차이로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이어 HMC투자증권이 1조4984억원이 늘어 누적적립금 기준 2010년말 8위에서 6위로 뛰어올라 눈길을 끌었다. KDB산업은행은 12위에서 10위, 하이투자증권은 39위에서 17위, 롯데손해보험은 27위에서 20위로 각각 상승했다.
상위권 금융회사들의 공통점은 적립금 확대에 계열회사들의 지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HMC증권과 산업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적립금이 각각 8259억원, 7883억원 늘었다. 기아자동차와 대우건설이 지난해말 퇴직연금에 가입한 효과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한구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계열사 적립금이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7%에 달했다. 롯데손보의 계열사 비중은 2010년 5월말 33.7%에서 2011년 6월말에는 95.4%로 높아졌고, 삼성생명도 57.7%로 절반을 웃돌았다.
▶제 식구 돈인데 ’대충 운용’(?)=계열사의 지원으로 덩치를 키운 회사들의 수익률은 시원찮다. 경쟁을 붙였다면 훨씬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날린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몰아주기 사례인 HMC증권과 하이증권이 좋은 예다. 두 회사의 지난해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자금이 집중된 DB(확정급여)형 원리금보장상품 기준 각각 4.96%, 4.95%로 전체 14개 증권사 가운데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안정적인 DB형이 이정도고 운용역량이 더 필요한 DC(확정기여)형은 하이증권 4.21%로 8위, HMC증권 3.67%로 12위로 쳐졌다. 그리고 IRA(개인퇴직계좌)에서는 아예 최하위권으로 추락한다.
산업은행은 DB형에서는 4.58%로 16개 은행 가운데 5번째로 높았으나, DC형에서는 4.15%로 11위로 하위권이었다. 롯데손보도 DB형 4.61%로 8개 손보사 가운데 5위, DC형은 4.72%로 4위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해 전체 금융권의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DB형에서 하나대투증권이 5.3%로 1위를 차지했다. DC형과 IRA에서는 삼성증권이 각각 5.6%, 6.1%로 가장 앞섰다. 업권별 평균수익률(DB형 기준)은 증권 4.8%, 생보 4.6%, 손보 4.5%, 은행 4.4% 순이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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