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올들어 한국 주식과 채권을 쓸어담으면서 순매수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증시에서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개월만에 3분의 1을 회복했다.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주식 8조6500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채권에는 1조6000억원을 순투자해 한국 금융시장에서 총 10조2500억원 어치를 매수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외국인은 지난달 25일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115조5522억원 가운데 371조4588억원을 보유해 비중 33.30%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시총 기준으로 국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 10월1일(33.31%)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외국인 비중은 32.86%였다. 외국인 비중은 지난달 27일 33.34%까지 높아졌다가 9일 33.04%로 소폭 낮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매수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이 숏커버(공매도했던 주식을 되갚기 위한 재매수)와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는 외국인의 장기 매수세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간 팔아치웠던 주식을 다시 담는 ‘제자리 찾기’라는 해석이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이후 안전자산을 찾아 급격하게 빠져나간 자금이 투자심리 개선과 더불어 돌아오고 있다는 관점으로 보면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급반전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추가 매수에 나선다면 여력은 3~4조원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의 한국 투자비중이 지난해 말 13%를 밑돌았다. 보수적으로 판단해 0.5%포인트만 높아져도 최소 3조~4조원 규모의 매수 여력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관련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0년 12월 이후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2004년 4월26일의 44.12%였다. 당시 코스피시장 시총은 406조4713억원이었고 외국인은 이 중 179조3329억원을 보유했다.
<안상미 기자 @hugahn>hu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