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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요? 이젠 없어졌어요....대안한교 ‘한들’의 아주 특별한 졸업식
“중 1 때 학교 친구들이랑 문제가 많았어요. 소위 ‘좀 논다’는 애들한테 많이 시달렸거든요. 성격이 날카로워질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곳에 오고 나서 많이 바뀌었어요. 마음이 안정되고 성격이 부드러워졌어요” (17살 조모 양)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에서 지원하는 도시형 대안학교 ‘한들’은 지난 8일 오후 6시 송파 청소년수련관에서 뜻깊은 졸업식을 진행했다. 졸업생은 단 4명. 입학 당시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등으로 상처 입었던 이들이었지만 2년새 많이 달라졌다. 아픔과 방황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 하루의 피곤이 몰려올 시간이었지만 행사장은 이들을 축하해주기 위한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무대 뒤에 마련된 스크린엔 지난 한 해를 추억하는 학생들의 사진들이 이어졌다. 해맑게 웃는 그들의 모습에선 또래와의 주먹다짐이나 이유없는 괴롭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웃음을 되찾았고 행복을 알게 됐다.



특별한 졸업식은 학습발표회로 시작됐다. 졸업생 이모(17ㆍ여)양과 재학생 1명이 ’앵커’로 등장해 뉴스형식으로 학교의 수업을 소개했다. 군무와 개인동작이 적절히 혼합된 방송댄스와 요가공연도 있었다. 동작이 틀리는 학생들도 종종 눈에 띄었지만 그들은 웃으며 이내 옆 친구의 동작에 맞춰 갔다. 단체퍼포먼스였지만 참가학생 한명 한명에게 ‘솔로파트’ 시간이 주어졌다. 모든 학생들에게 개성을 표현할 기회를 주려한 학교의 배려가 묻어났다. 학생들은 즐기고 있었다. 4명을 위한 졸업식이었지만 학생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공연 뒤엔 졸업생과 재학생 간에 서로를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을 ‘OO상’으로 만들어 서로에게 표창장을 건네주는 시간이 이어졌다. 성실상, 노력상, 배려상 등이 오고 갔다. ‘절친’(가장 친한 친구)에게 ‘진상’이란 이름의 상을 준 학생으로 인해 행사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후엔 졸업생들이 각자 쓴 에세이를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가장 많은 표창장을 받은 임모(20)학생이 첫 주자로 나섰다. 임씨는 “몸이 약해져서 학교를 자퇴하고 1년간 놀았다. 혼자 공부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면서 “이곳에서 콤플렉스들을 극복할수 있었다. 이젠 세상에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됐다” 며 감정에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졸업식 자리였지만 한켠에는 이들에 대한 걱정도 함께 했다. 다시 제도권 학교로, 또 사회로 나갔을 때 대안학교 출신이라는 이력이 또 다른 낙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재학생인 고운영(16) 군은 “솔직히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곳을 졸업하고 일반계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다시 들어갈 때 그곳 학생들과 마찰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졸업식에 참석한 대안교육센터의 전미학(47ㆍ여) 부장은 “다시 학교폭력이 만연된 제도권 학교로 돌아가면 영향을 안 받을수 없지 않나”면서 “많은 대안학교 학생들이 또 다시 학교폭력에 노출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들’의 상임교사 김승희(25ㆍ여)씨는 “중요한 것은 여기 학생들을 ’문제아 집단’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을 벗어나는 것”이라면서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이 아닌 학생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해할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혜진ㆍ윤현종 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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