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스카이웨이 인근인 서울 종로구 부암동 95번지 일대 부촌(富村)이 잇단 절도사건으로 시끄럽다. 95번지 일대 반경 30m안에서 7개월 새 한 집 건너 두 집 꼴로 도둑이 들었다. 벌써 6번째다. 절도범은 대담했다. 집안에 사람이 있는 데도 유유히 집을 털었다. 한 집을 두 번이나 털기도 했다.
한 명의 소행인지, 복수의 절도범이 있는 건지 경찰은 현재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1시께 95-XX번지에는 다이아몬드와 명품시계인 오메가 등 약 5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도난당했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범인은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일자(一字) 드라이버를 이용해 창과 창사리를 벌려 안전고리를 푸는 수법으로 집안을 침입했다.
이 바로 옆집은 95-XX번지로 최근까지 외국인, 한국인 부부가 살았다. 이 집은 지난해 8월, 9월 두차례나 절도를 당했다.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은 떠나 현재는 비어 있다.
95-XX번지로부터 20m 떨어진 B(52)씨네 집 95-XX번지. 지난해 4월에 이사를 온 B씨는 2000만원이상의 귀금속이 털렸다. 가족들이 하나 둘씩 외출을 하고 오후 7시께 마당공사를 하고 있던 인부들마저 퇴근하자 범인이 조용히 찾아왔다.
범인은 큰 방 옷 장 박스 속에 숨겨놓은 2000만원 이상의 귀금속을 훔쳐 도망갔다. 경찰은 발자국이 40대 남성의 것이라 추측만 하고 있다.
B씨 집에서 10m 정도 떨어진 95-XX번지 C(46 여)씨네 집도 마찬가지다. 이 집에는 사람이 있음지만 범인이 대담하게 다녀갔다. 지난 8월 축구경기를 시청한 후 가족들이 잠자러 간 새벽 2시께 범인은 유유히 C씨네 집에 들어왔다. 범인은 2층 방 캐리어 가방안에 있던 금 목고리, 현금 등 400만원 상당을 훔쳐갔다. 이외에도 지난 9월에는 B씨네 집에서 30m도 떨어지지 않은 한 법당에서 현금 등을 도둑맞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일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며 “문을 기술적으로 여는 방법 등으로 봐, 전문 털이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암동 95번지 주민들은 절도가 한 집 건너 하나씩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CCTV도 없으며, 등이 너무 어두워 밤에 다니기도 무섭다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B씨는 “왜 못 잡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며 “경찰뿐 아니라 CCTV, 가로등을 책임 지고 있는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는 또 “CCTV를 그렇게 요청했는데, 최근에 하나 생기긴 했다. 그런데 그 CCTV는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 사무실 앞에 설치 됐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을 아직 잡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CCTV를 요청을 하고 있지만, 구청에서는 예산을 이유로 협조를 잘 안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순찰차가 부족하다”며 “순찰차 한 대, 지구대 인원 5명으로 이 일대를 관할 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일대는 북악 스카이웨이라고 불리며 인근 평창동에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인기 배우 김혜수 씨 등 유명인사가 살고 있다.
박병국ㆍ 김영원 기자/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