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이 아직 젊고 인재들인데 실형을 내리는 것이 재판부도 안타깝다. “인생은 길다.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현재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전화위복으로 삼기 바란다.”
3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 8부 법정. 재판장인 황환식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내려 가자 피고인들은 숙연해졌다.
이날 재판은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려대 의대생 3명에 대한 항소심. 황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으면서 이례적으로 이같은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서울고법 형사8부(황환식 부장판사)는 3일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대 의대생 3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1심과 같이 박모(24)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 한모(25)씨와 배모(26)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6년간 친하게 지낸 의대 동기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편하게 자게 조치하기는 커녕 범행을 공모해 순차적, 연속적으로 추행했다”며 “사건 후 피해자의 신상이 공개되고 외상후 스트레스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2차 피해가 크고, 피해자의 처벌의지가 확고한 점 등 집행유예 판결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배씨 또한 추행 가담사실을 인정한 학내 양성평등센터에 낸 진술서와 경찰서 최초 조사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피해자가 뒤척이자 ‘다 기억하는 거 아냐’라며 추행을 멈춘 것 등을 보면 수면 중 무의식 중에 한 행위가 아닌 고의적 추행”이라고 밝혔다다.
박씨 등은 지난해 5월21일 오후 11시40분께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의 한 민박집에서 의대 동기인 A씨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A씨의 가슴 등 신체를 만지고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로 A양의 몸을 23차례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사건발생 다음날 경찰과 여성가족부 성폭력상담소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한편 범행을 부인해 온 배씨는 모친과 함께 피해 여학생 A씨에게 인격 장애가 있는 것처럼 허위 문서를 꾸며 동료 의대생들에게 배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지난달 추가 기소됐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