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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서 돌연 사망한 생후 5개월 女兒…책임은 누구?
 2010년 11월 1일. 생후 5개월 된 송모양이 어린이집에서 돌연 사망했다. 우유를 먹고 보육교사의 팔을 베고 잠을 자던 중 그대로 사망한 것. 부검을 진행했지만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송양의 부모는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를 상대로 2억2256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을 냈다. 어린이집 측은 자신들의 책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확한 증거가 없이 손해배상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재판. 1일 서울 서부지법 민사305호 법정은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재판에는 특별한 방청객들도 참여했다. 소설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치과 의사 등 일반 시민 19명이 모의배심원으로 참여한 것. 본지 기자도 이날 배심원으로 참여해 재판을 지켜봤다. 실제 민사 재판에 시민모의배심원제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고와 원고 측이 언성을 높이는 등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원고 측 변호인은 보육교사의 주의 의무 위반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초 경찰조서를 내밀며 “피고가 당시 상황에 대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피고측 변호인은 부검 결과서를 근거로 피고의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 상황에서 원고 측 가족이 “거짓말 하지마라”고 소리를 쳤다. 순간 재판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소리를 지른 원고 측 가족은 결국 재판장에서 퇴장당했다. 

본지 서상범 기자 (오른쪽 테이블 두번째 남성)가 지난 1일 서부지법에서 열린 모의배심원제에 배심원으로 참여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된 재판.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수록 배심원들의 눈빛은 또렷해졌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진술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틈틈이 메모를 했다. 법정 내 대화가 금지된 탓에 서로 필담을 나누는 배심원들도 있었다.

같은 재판을 지켜봤지만 배심원 간 의견은 팽팽하게 맞섰다. 윤정옥(62ㆍ여ㆍ소설가)씨는 “ 아이에 대해 총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보육교사는 아이에 대해 성심껏 신경 쓴 것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정은(73)씨도 “보육교사에게 전문적 의료인 수준의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어린이집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밝혔다.

허나 김재승(50ㆍ치과의사)씨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아픈 아이를 돌려보내 부모로 하여금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도 보육자로서의 의무”라고 받아쳤다. 박충훈(67ㆍ소설가)씨도 “영아를 관리해야하는 보육교사가 잠깐이라도 잠은 잔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본지 서상범 기자 (오른쪽 테이블 두번째 남성)가 지난 1일 서부지법에서 열린 모의배심원제에 배심원으로 참여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기자도 배심원으로서 의견을 제시했다. “갑작스런 위급상황이 벌어졌지만 심폐소생술 등 보육교사로서 해야 할 기본적 조치가 미흡하게 이뤄진 점은 피고의 과실”이라고 밝혔다.

열띤 토론을 통해 배심원들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결과는 재판부 판결엔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이번 사건 판결은 17일 오전 9시50분 선고된다. 법원은 이후 선고결과를 배심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재판부도 선고 이후에샤 모의배심원들의 평결 내용을 전해 듣게 된다.

조원철 서울 서부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의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이다. 판사 뿐 아니라 시민들의 합리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의배심원으로 참석한 허분옥(66)씨는 “실제로 재판에 참여해보니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하는 법원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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