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인사동에서 터를 잡고 33년째 사람들에게 천기를 알려주고 있는 박정호(68)씨는 요즘 밀려드는 손님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 씨는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 사업가 등 다양한데, 주로 어느 달이 좋은지, 자식의 진학이나 진로는 어떤지를 주로 물어온다”고 말했다.
사업가들은 올해 어떤 사업을 해야하는지, 기존 사업을 확장할지, 투자를 계속 해야 하는지를 물어온다고 한다. 박 씨는 “특히 올해는 직장을 나오거나 정년퇴직하고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이들의 발길이 늘었다”고 귀띔한다.
역시 인사동에서 17년째 역술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호열(50ㆍ여)씨는 “신년이라 다른 때보다 손님이 많긴 한데 옛날 같지는 않다. 예전에는 구정이나 보름 전에 엄청 많이 왔는데 요즘에는 필요한 사람들만 온다”며 “경기가 안 좋으면 점 보는 데가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도 않다. 경기가 좋아야 점 보러 오는 사람도 많다. 이동이나 변화가 있을 때 점을 보러 오지 움직임이 없고 정체돼 있으면 안 오기 때문이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물어오는 질문은 대동소이하다. 취업을 걱정하는 학생,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직장인, 사업운을 물어오는 자영업자, 건강이나 자식 문제를 물어오는 주부와 장년층 등 매년 반복되는 레퍼토리지만, 당사자는 올 한해 운수가 궁금하기 그지 없다. 김 씨는 “직장인들이 찾아와 이직 문제를 물어보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특이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역술원에도 단순히 운수만 점쳐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체질에 따른 먹거리도 추천을 해 준다. 종로구 견지동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방필석(72)씨는 “사주에 따라 운세풀이를 해주고, 체질은 이러이러하니 이런 음식을 먹어라고 얘기해준다”며 “경기가 안 좋다보니 손님도 줄고 궁금한 것도 대부분 금전운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 기관이 몰려 있는 효자동 일대에서 32년째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호(76)씨는 “아무래도 ‘흑룡’의 해라고 하도 의미를 담아 얘기하다보니 올해 자신의 미래와 운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며 “공무원들이 승진 여부를 물으며 찾아오는 일이 많고, 정치인들도 올 총선, 대선 향배를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ㆍ김현경ㆍ정진영 기자> /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