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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쫓겨난 노숙자, 서울떠나 南으로
서울역 강제퇴거조치이후 수원,성남 등 경기도로 몰려
2년새 경기도 노숙자 43.5% 늘어

2일 오전 5시 경기 수원시 수원역 대합실. 김모(52)씨는 서울역에서 5년째 노숙생활을 해오다 한달전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서울역에서 내쫒기고 갈데가 있어야지...영등포역도 가보고...먼저 수원에 내려간 친구가 수원역이 좋다고 전화해줘서 큰 맘먹고 내려왔어..여기는 내쫓지 않더라구...”

이날 만난 수원역 노숙자 대부분은 “수원역 직원은 노숙자를 내쫒지도 않고 막말도 안해서 인간대접받는거 같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노숙인 박모씨(49)는 “노숙자들도 선불폰으로 노숙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역은 잠자리가 편하고 성남은 안나의 집이 유명해 서울역에서 쫒겨난 노숙자들이 그곳을 찾아 가고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쫒겨난 노숙인들이 ‘철새’처럼 수원,성남 등 경기도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코레일이 서울역 노숙인들을 강제퇴거조치한 이후 우려됐던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숙인 ‘유민(流民)’이 갑자기 몰려들자 경기도와 각 지자체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예산은 290억여원에 반해 경기도는 29억원으로 서울시의 10%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노숙인들은 경기도의 지원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사진설명=1일 수원역 인근 다시서기지원센터에 추위를 피해 몰려온 노숙자들이 장기를 두면서 시간을 보내고있다.                                                <수원=박정규기자>/fob140@heraldcorp.com


특히 경기도와 수원시가 지난해 12월 수원역사 1층에 노숙자 임시보호시설 ‘꿈터’를 따로 마련해주면서 입소문이 노숙자사이에 급속히 퍼졌다. 이들에게는 서울역은 내쫒지만 수원역은 ‘보호’를 해준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최모씨(45)는 “김문수도지사가 이날 추우면 언제든지 오라면서 우리에게 직접 밥을 나눠줬다”며 “왠지 사람대접 받는것같아 서울역 주변에서 떠돌던 친구에게 핸드폰으로 알려줬다”고 귀뜸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노숙인을 보호하는 다시서기 지원센터 2층사무실은 추위를 피해 몰려온 노숙인들로 북적거렸다. 3층 사무실이 이들의 잠자리로 변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다시서기지원센터 고동현실장(37)은 “노숙인들은 주거지를 잘 안옮기는 편인데 서울역에서 쫓겨난이후 수원역으로 하나둘씩 입소문을 타고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노숙인들은 최근 2년새에 43.5%나 증가했다.

경기개발연구원 김군수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일 ’경기도 노숙인의 실태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말 기준 경기도내 노숙인은 442명으로 2009년 308명보다 43.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따르면 지난해 6월 353명이던 경기지역 노숙자들은 서울역 퇴거조치 다음달인 9월에는 391명, 12월은 442명으로 크게 늘었다.

경기도 노숙인은 수원이 237명으로 가장 많고 성남(112명),부천(30명),안양(29명),의정부(15명)등 순이다.

김 연구위원은 “강도높게 진행된 서울시의 도시환경개선사업과 서울역 강제퇴거조치 이후 노숙인들이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내려오고있다”고 분석했다.

<수원=박정규기자>/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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