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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전통 ‘이화당’, ‘제2의 리치몬드’ 될까
“리치몬드 제과점이 문을 닫았다고요? 그렇게 빵을 잘 만드는 곳이 절대 망할 이유가 없는데….”

서울 대신동 연세대 동문회관 인근에서 30여년 동안 10여평 크기의 작은 빵 집 ‘이화당’을 운영해온 사장 박성은(74)할아버지와 신현주(71) 할머니는 리치몬드제과점이 30년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믿지 못했다. 기자가 홍대 리치몬드제과점이 31일 폐업을 했다는 기사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이런 빵집이 없어지면 안되는데 …너무 안타까워”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리치몬드 제과점이 있던 자리에 대형 카페가 들어선다는 이야기에는 “쯧쯧…또 대형 프랜차이즈 때문”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리치몬드의 안타까운 폐업 소식은 수십년간 전통을 지켜온 ‘이화당’에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달 26일 이화당 바로 옆 건물에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 A사의 신촌연대점이 입점했다. 10여평 크기에, 테이블 하나 없고, 화려한 조명도 없는 이화당과는 달리 28평 규모의 이 프랜차이즈점은 커피 등 음료까지 판매하는 카페형 매장이다. 



개점 기념으로 지난 주까진 머그컵과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펼쳤다. 길을 막아서고 이벤트를 벌인 등의 문제로 구청에 민원도 넣어보고 점주와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특별히 문제가 해결되진 못했다. 맛과 정성 만으로 30여년을 버텨온 이화당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이다.

정확히 33년, 같은 자리를 지켰다. 박성은(74) 할아버지가 당시 퇴직을 하고 직접 건물을 지어 빵집을 시작했다. 이화당에서 판매하는 빵의 종류는 50-60개 정도다. 노부부가 손수 빵을 만든다. 단팥빵, 머핀, 소보로빵 등 전통적인 빵들이 대부분이다. 페스츄리나 파이 등 젊은이들의 취향과는 사뭇 거리가 있지만 그만큼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사이에 자리한 탓에 30여년간 대학생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에피소드도 많다. 신 할머니는 “가게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이대생이 등록금이 없다고 해서 전액을 빌려준 적이 있다. 또 한번은 등록금을 빌리려는 학생을 위해 보증을 서준 적이 있는데 그 학생이 돈을 갚지 않아 한동안 빚 독촉장이 날아오기도 했다”며 “가끔 이런 일로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젠 다 추억”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최근 A사 매장이 이화당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화당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A사 매장 입점 후 매출이 절반 가량 줄었지만 그나마 단골 손님들의 방문과 단체 주문 등으로 적자는 면하고 있다.

박 할아버지는 “우린 임대가 아니다보니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할 상황은 아니지만 혹시나 우리 빵집이 잊혀질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근처 학교 교수님, 직원분들을 비롯해 우리 가게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일부러 찾아와주시니 힘이 된다. 내가 베푼 것도 없는데…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문제에 대해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신 할머니는 “얼마 전에 가게에 찾아온 일본인 학생들이 말하기를, 일본에선 영세 가게 옆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일이 없다고 하더라”며 “우리 같은 작은 가게들이 망할 때까지 프랜차이즈는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갈 거다. 정부가 이런 현상을 막아줬으면 좋겠다. 동네 빵집을 좀 보호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박수진ㆍ김성훈 기자> /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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