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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위별로 계약…공항패션의 숨겨진 진실은?
공항의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이다. 얼굴을 다 가릴 듯한 선글라스에 편안한 레깅스 차림이지만 ‘톱스타’ A양이다. 오늘 ‘공항패션’의 포인트는 ‘가방’이다.

협찬받은 상품의 광고를 위한 그녀의 연출이다. 집에서 급하게 나온 듯한 자연스러운 스타일링. 알고 보면 절반은 ‘설정’이다. 작게는 현물만 받고, 때로는 수억원대에 이르는 계약에 의한 것.

스타에겐 ‘공항패션’도 ‘돈’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위별’로 계약한 연예인도 많다. 처음엔 진짜 공항용 복장이자, 그 또는 그녀만의 취향이었지만 최근 1~2년 새 ‘공항패션’은 하나의 비즈니스가 됐다. 기획사와 연예인에겐 짭짤한 부업이고, 패션업체 입장에선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공항패션’, 가장 경제적인 ‘스타 마케팅’=드라마 제작협찬은 3억~10억원대다. 초기 단계부터 협찬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청률에 따라 ‘대박’ 혹은 ‘쪽박’이다. 업체 입장에선 일종의 모험이자 도박인 셈.

따라서 패션회사들은 저렴한 비용에, 네티즌을 중심으로 파급력이 큰 ‘공항패션’ 마케팅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공항은 이제 협찬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무대’다.

‘공항패션’은 소정(?)의 수수료와 현물이면 해결된다. 거기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굉장하다. 노출되자마자 인터넷엔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뜨고, 곧이어 ‘완판(상품이 다 팔려 재고가 없는 상태)’이 된다. 공항패션의 경제적 효과는 빠르다.

패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샤넬 등 특정 수입브랜드는 수수료 없이 현물만으로도 가능하다”면서 “그 외 국내 브랜드의 경우도 계약금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타의 진짜 취향? ‘공항패션’이 좋은 순진한(?) 팬들=비행기를 탈 때는 가장 편안한 복장을 한다. 공항에서는 연예인들도 집에서 막 나온 듯 자연스러운 차림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 위에 스타의 진짜 취향이 반영됐다는 기대가 더해진다.

장동건ㆍ고소영 커플이 한번 공항에 뜨면, 다음 날 여러 곳에서 ‘대박’이 난다. 협찬은 아니었지만, 고소영이 입었던 ‘이자벨 마랑’ 호피무늬 코트와 ‘아쉬’의 웨지힐 운동화는 다음 날 갤러리아ㆍ현대 등 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모두 동이 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외 브랜드 가릴 것 없이 스타들에게 협찬 공세를 퍼붓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이템을 가리지 않는다. 넘치는 협찬 물품의 가격과 디자인, 인지도 등에 따라 연예인들의 호불호도 극명하게 나뉜다. 단체로 움직이는 아이돌 그룹들에선 “내가 들겠다” 혹은 “네가 들어라”라며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패션계 한 관계자는 “걸그룹들이 입ㆍ출국 때 협찬받은 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서로 미루면서 티격태격한 일화도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한 팬들에겐 ‘○○도 들은 ○○○가방’으로 소개됐을 터.

가장 인기 있는 ‘협찬 모델’은 공인된 패셔니스타 공효진ㆍ김민희 등이다. 이 두 사람의 공항패션과 일상복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팬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여기에, 최근엔 유아인ㆍ송중기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또 브라운관의 화려함과는 달리 적은 월급으로 적자(?)에 시달리는 공채 아나운서, 기상캐스터들도 ‘협찬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프로젝트ㆍ상품화로 대행사도 ‘대박’…연예인 측 먼저 제안도=잘나가는 ‘협찬 모델’들은 온몸이 조각조각 ‘부위별’로 계약돼 있다. 손은 A 브랜드, 발은 B 브랜드 식이다. 계약조건들이 복잡해지다 보니 이를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업체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운영하는 ‘인트렌드’로 국내외 패션업체와 국내 톱스타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인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연예계에 친분이 많은 스타일리스트들이 대행사 운영을 많이 한다.

‘협찬’은 겉으로는 전속모델ㆍ광고 계약보다 소극적인 형식을 띠지만 프로젝트성으로 대대적인 계약을 맺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현빈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할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옷을 입은 경우가 그것인데, 당시 현빈은 출국부터 영화제 참석 후 입국 때까지 조르지오 아르마니, 알렉산더 맥퀸 바이 분더숍맨 티셔츠 등을 행사 내내 입었고, 그 대가는 TV 광고에 맞먹는 수억원대로 전해진다.

인기 스타가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돈’이 되다 보니 최근엔 아예 연예인 측에서 먼저 패션브랜드 측에 제안하는 사례도 생겼다. 인기 아이돌 그룹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국내 한 기획사는 지난해 소속 걸그룹의 유럽 공연 때 무대의상 외에 공항 출국부터 입국 때까지 한 브랜드의 옷을 입는 조건으로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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