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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년만에 무역적자…‘수출왕국’日 흔들
일본이 1980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출 엔진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엔고(高)현상과 세계 경제 위축에 따른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간 일본의 무역적자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경고한다.
▶수출왕국 일본 ‘아 옛날이여’=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일본의 산업생산이 더뎌지면서 수출 시대의 종말이 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지난해 무역수지가 2조4927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1980년 이후 첫 적자다. WSJ에 따르면 일본은 작년 1~11월까지 3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나타냈다. 12월을 포함하더라도 적자 추세를 뒤집긴 어려웠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WSJ와 인터뷰에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무역수지 적자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도 2년여간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수출이 수입을 웃돌았던 일본으로선 참담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일본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수출왕국을 건설하며 미국ㆍ유럽의 견제를 받았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폐허더미 속에서 일본의 리더들은 수출주도형 경제에 박차를 가했다.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1981년 미국 정부는 일본 완성차 업체에 자발적인 수출제한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했다. 일본 반도체엔 반덤핑 혐의를 씌우기도 했다. 1985년엔 이른바 ‘프라자합의’를 통해 미국 등이 엔화 강세를 종용해 일본산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려고도 했다.
▶미래도 불투명하다=파죽지세였던 일본의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WSJ는 일단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꼽았다. 수많은 공장을 파괴시키고 부품ㆍ원자력 공급 체계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진은 일본 수출 엔진이 멈춰서는 추세를 좀 더 가속화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엔화 강세와 전 세계적 경기침체, 신흥국의 맹렬한 경제 성장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 3중고가 일본을 옥죈 결과라는 것이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중첩된 탓에 일본 기업들은 모국을 떠나 해외에 생산기지를 세우려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기계장치 생산업체 모리 세이키의 마사히코 모리 회장은 “올해가 우리에겐 전환점”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상 처음으로 해외 공장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5년 안에 전체 생산량의 40%를 해외에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국제 에너지 자원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제품 생산 비용도 상승하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중국과 브라질의 성장이 석유와 가스의 가격을 올리고 있어 일본 수출 경쟁력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한국과 중국에도 뒤처지는 분야가 늘고 있는 데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도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일본 중앙은행이 전날 오는 3월 끝나는 2011회계연도의 성장 전망치를 당초 0.3%에서 -0.4%로 조정한 것을 지적하며, 국제경제의 침체와 엔고 지속이 일본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홍성원 기자/ho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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