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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하늘로 떠나보내고 맞는 첫 명절…고되지만 학업 포기하지 않아”
중국인 유학생 윤실씨의 새해소원

남부럽지 않았다. 중국 연변대학교 사범대에서 초등학교 교사 과정을 마치고 2008년에는 한국 유학 길에 올랐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해 공부도 시작했다. 낯선 타국 땅에서의 삶이 늘 평탄하진 않았지만 설레었다. 한국 학생들과의 경쟁이 쉽진 않았지만 평균 B학점 이상을 취득할 만큼 성적도 좋았다. 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최고급(6급)을 취득할 만큼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 됐다. 무엇보다 마음 껏 공부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현실이 행복했다. 2년 전까지만해도 이윤실(28ㆍ사진)씨의 한국살이는 기대와 설렘의 연속이었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건설 노동일을 하며 윤실씨를 뒷바라지 해주던 아버지가 지난해 1월 갑작스러운 폐암 선고를 받으면서 부터였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돌아온 답은 폐암 말기였다. 이미 암세포가 척수까지 번져서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의사는 “3개월 남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해 6월 윤실씨와 가족들을 남겨 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버지라는 큰 기둥이 사라지자 윤실씨의 삶도 흔들렸다. 당장 등록금을 걱정해야 했다. 아버지 덕에 돈 걱정 한번 하지 않고 살아온 그녀였다.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뛰어야 했다. 방 2개까지 주택에서 살던 그녀는 서울 봉천동 월세 20만원짜리 원룸으로 집을 옮겼다. 평일에는 중국어 개인 과외를, 주말에는 학원 강의를 시작했다. 장학금을 신청해 등록금 일부를 해결할 수 있었다. 


고된 생활과 녹록치 않은 학업.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학업을 중단하면 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유학생의 현실. 윤실씨는 “내가 끝까지 열심히 공부해 졸업을 하는 것이 이제껏 날 믿어준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윤실씨는 더 이상 좌절하지 않기로 했다. “밤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낮에는 공부하며 거의 잠을 못자는 유학생들도 많다. 내가 힘든 건 그 친구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며 되레 자신을 채찍질하는 윤실씨. 중국에서 투병 중인 어머니와 가족 걱정에 때론 눈물 지을 때도 있지만 그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친구들을 돕고 위로하며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는다. 연세대학교는 지난 19일 윤실씨를 비롯해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학교생활에 임하고 성적이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 10명에게 특별장학금 100만원을 지급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윤실씨에겐 큰 도움이 됐다. 


한국의 설, 중국의 춘절을 앞두고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녀는 다시한번 마음을 다진다. 윤실씨의 새해 소원은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졸업을 하는 것. 올해 4학년이 되는 그녀는 기회가 된다면 올해 인턴 활동 등을 하며 경험을 쌓아 한국 기업에 취직을 하고자 한다.

“쉽진 않겠지만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에요. 마지막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꼭 졸업을 할 겁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에 취업을 하고 싶어요.” 그녀의 눈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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