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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대국 한국에 없는 것? 답="사랑받는 미술관"
연초 세계 최대의 가전쇼 CES를 찾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은 힘이 좀 빠진 것같고, 중국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상상력, 창의력을 활용해 힘있게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는 창의성, 곧 ‘크리에티브 파워’가 향후 기업 성장의 관건임을 강조한 말이다.

산업 뿐만이 아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현대인의 삶 전(全) 분야에서 화두다.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사람은 뛰어난 인재가 됨은 물론, 사회통합을 이끌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창의력의 뿌리는 어디일까? 바로 순수예술이다. 그중에서도 미술이다. 특히 최고의 아트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은 그 핵심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한국은 무역교역량 세계 12위, GDP(국내총생산) 15위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00대 미술관(Art Newspaper 2010년 조사,관람객수및 컬렉션 규모와 질 등 평가, 100개 중 18개는 전시관)에 단 1개의 미술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이 뉴욕MoMA,구겐하임미술관 등 18개, 영국이 14개, 프랑스가 7개, 스페인과 호주가 각 6개, 일본이 4개, 심지어 아일랜드, 터키 등도 100대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조사기준을 충족시킬만한 유명 미술관이 단 1개도 없는 실정이다.

뉴욕, 파리를 찾으면 MoMA며 오르세미술관을 만사 제치고 관람하는 한국인도 정작 고국에선 미술관과 담을 쌓고 지낸다. 틈틈이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조각공원을 거닐어보며, 교육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국공립미술관에 이를테면 피카소 그림같은 대중들이 고개를 끄떡일만한 매력적인 걸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무조건 국민 탓만 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국내의 대표적인 미술단체들이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미술관 문화와 미술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작년말 한국미술산업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양질의 미술관과 그 미술관이 보유한 작품(컨텐츠)은 공공재이자, ‘국민 모두의 것’인만큼 국가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한국미술협회, 전업미술가협회, 민족미술인협회, 미술평론가협회, 큐레이터협회, 화랑협회 등이 뜻을 모은 것.

협의회는 현재 국내 미술시장은 소규모 개인소장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시장규모가 너무 작고, ’미술관급 미술품 유통’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술관도 외국 유명 미술관과 비교할 때 미술관의 컨텐츠(컬렉션)이 너무 미흡하고 운영의 전문성과 독립성, 효율성이 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몇몇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곤 공공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무엇보다 콘텐츠 보강이 시급하다는 것.

이어 "영국, 미국, 프랑스의 미술산업이 성공을 거둔 것은 수십 년간 미술관 문화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전담기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창의력의 근간인 미술을 육성하려면 미술관 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의 무늬(?) 뿐인 관련 예산으로는 미술관 문화를 부흥시키기엔 역부족인만큼 이를 대폭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 예산만으로는 국공립및 사립미술관이 양질의 작품을 꾸준히 컬렉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개인과 기업의 작품 기부를 적극 유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좋은 그림을 기부하고 싶어도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세금감면 혜택도 쥐꼬리에 그치고 있다고 안타까와 했다.


프랑스의 경우 미술품 기부절차 및 가격평가 시스템이 투명하게 확립돼 시가 100억원짜리 그림을 국공립 미술관에 기부할 경우 개인은 66억, 법인은 60억원의 세금을 공제해준다. 반면에 한국은 100억원짜리 그림을 기부해도 개인은 10억~20억원, 법인은 6억~10억원의 세금을 공제받을 뿐이다. 작품의 시가 평가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는데다 기부자에 대한 혜택이 적어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MoMA,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거의 기부된 작품으로 미술관이 빛을 발하고 있다. 미술관 곳곳에 "○○기업이 기증한 작품입니다"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기증자 이름이 보란듯 커다랗게 내걸린 홀(전시장)도 즐비하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미술관에 내걸린 독일사진작가 작품에는 ’도이치뱅크 기증’이란 표시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도이치은행은 사진작품 기부로 세금을 감면받고, ‘미술관을 적극 후원하는 세련되고, 문화를 아는 은행’이란 이미지를 제고할 뿐 아니라, 자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정준모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 실무위원장(미술평론가)은 “영국, 미국, 프랑스의 미술산업이 성공을 거둔 것은 수십년간 미술관 문화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전담기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창의력의 근간인 미술을 육성하려면 미술관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예산만으론 국공립 미술관이 양질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개인과 기업의 작품 기부를 적극 유도하는 구조를 갖춰야한다고 밝혔다.그러나 현실은 좋은 그림을 기부하고 싶어도 절차가 복잡하고, 세금감면 혜택도 쥐꼬리에 그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협의회 측은 “도로, 철도, 항만, 교육, R&D 인프라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게 국가의 책무이듯, 높은 수준의 미술인프라 구축 또한 국가의 책무”라며 “이를 위해선 미술관이 양질의 작품을 보유하고 좋은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연관 산업과 타 예술산업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오며, 부가가치가 높은 시각산업, 창조산업, 관광산업까지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국가전략 산업으로 ‘미술관 산업’을 지정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며, 정부의 감독과 지원하에 미술관산업을 총괄하는 독립적 기관인 ‘미술산업위원회(가칭)’를 설립해 미술관을 전문적, 체계적,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국내 미술관 수준을 체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인증미술관’ 제도의 도입도 촉구했다. 현재 전국 곳곳에 국공립및 사립미술관이 산재해 있으나 그 수준이 대체로 낙후돼 있고 재정 또한 열악한 상태인만큼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물론 이는 기존 미술관들을 규제하는 기능 보다는, 낙후된 상황을 개선하고, 저마다의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데 촛점이 맞춰줘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아울러 미술품의 민간 기부와 관련한 적극적인 재정 투여와 세제 지원 정책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밖에 백남준 같은 미술관 작가(뮤지엄 아티스트)를 키우고, 미술관급 우수 작품(뮤지엄 피스)이 활발히 유통되는 ’보다 진일보한 미술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미술관을 그저 작가및 애호가들의 공간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창의력의 원천기지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경제대국에서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기부 등을 통해 양질의 작품을 미술관들이 다수 보유하게 하고, 미술관급 작품이 활발히 거래되는 미술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미술산업 발전을 위한 경제적, 정책적적 연구과제 발굴및 지원 ▷미술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제안 방향 제시 ▷미술산업의 발전을 위한 관련 입법안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에 세계적 미술관 설립 및 운영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문화적, 산업적 파급 효과에 관한 연구 ▷공공재로서의 미술품의 성격과 역할에 관한 연구 ▷미술관 후원회 제도에 관한 연구 ▷프랑스 메세나법 도입후 미술시장에 끼친 파급효과 및 한국에서 프랑스 메세나법의 도입의 의미 연구 등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정준모)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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