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새 어떤 곡조를 흥얼거려본 경험이. 어느 순간 귓속에 자리 잡아 좀체 떨쳐버릴 수 없는 노래 탓에 옴짝달싹 못한 경험이.
‘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문학동네)의 저자인 프랑스의 철학자 페테르 센디가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러한 히트곡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비록 저잣거리에 유행하는 대중가요라 해서 의미를 부러 깎아내리지는 않는다. 외려 히트곡들은 “철학적 경탄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노래, 저자의 표현에 빌자면 ‘귀벌레’에는 어떤 정동(情動)이 숨어있을까.
비밀은 진부함과 특이함의 절묘한 결합에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히트곡은 대개 그저 그런 노래에 불과하다. 하지만 발터 벤야민의 지적처럼 대중가요는 “낡은 외투로 몸을 감싸듯 노래가 환기시키는 상황”에 에워싸이게 만들며, 강렬한 정서적 동일시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히트곡의 상투성과 유일성은 반복의 불가능함을 통해 하나로 묶이게 된다. 히트곡은 하나같이 남녀의 사랑 같은 좋았던 옛 시절을 반복해 노래한다. 우리는 히트곡을 들으며 반복을 꿈꾸지만 흘러버린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단 사실도 이내 깨닫는다. 이에 진부하기 짝이 없는 노래를 듣는 개개인의 체험은 곧 유일하고 비범한 삶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진부함이 낳는 특이성의 이중성이야말로 비할 데 없는 도취를 낳으며 이 역설이 곧 히트곡이 기동하는 방식이다.
달리다와 알랭 들롱이 부른 ‘말, 말, 말’ 핑크 플로이드의 ‘머니’ 등 대중음악을 통해 히트곡의 물신성(物神性)과 비의성(秘義性) 등을 분석해낸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마르크스와 칸트, 키에르케고르 등 사유의 궤적이 만만찮지만 또한 흥미롭다. 문학동네가 새롭게 기획한 인문총서 ‘엑스쿨투라’의 두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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