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코빼기도 안보이다…
선거만 되면 볼썽사납다”
내 번호 어떻게 알았지?
불법 정보수집 의구심도
주부 송모(55ㆍ경기 고양시) 씨는 최근 2주 사이 두 통의 낯선 전화를 받았다.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휴대폰이 아닌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드물었기에 송 씨는 ‘혹시 지인들로부터 급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라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어처구니없이 전화기 너머에선 “한나라당 ○○○의원실입니다. 정책설문조사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ARS음성이 들려왔다.
송 씨는 “지난 4년 동안 얼굴 한 번 못 본 지역구 의원이 선거철이 돼서야 전화 설문조사를 하는 것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두 차례 모두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대학원생 강모(29ㆍ여) 씨의 경우는 최근 문자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구 의원실로부터 ‘000의원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다시 한 번 국회로 보냅시다!’는 선거운동 문자를 2~3일에 한 번꼴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 씨는 “내 휴대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1월 초부터 계속 문자가 온다”며 힘들어 했다.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고 예비후보자등록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그 어느 때보다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역시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당선 이후 4년 동안 얼굴 한번 제대로 본 적 없는 지역구 의원이 철새마냥 선거철이 되니 지역구 표심을 잡겠다며 선거운동을 하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는 반응이다. 유권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선거운동 문자들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다른 지역 유권자에게 문자가 발송되는 경우도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 정보를 사들여 전화 혹은 문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트위터에도 유권자들의 불만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이디 ‘jull*****’은 “‘집전화로 여론조사 시 ○○○을 선택해주세요’라는 문자가 오고 잠시 후 지지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 전화가 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디 ‘osa*****’도 “선거가 다가오나? 며칠 전부터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동네 잘된 일이 온통 자기 공적이라고 폭풍 문자질이네. 에이 더러워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지역 후보자에게 문자를 받았다는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 ‘pete*****’는 “옆동네 국회의원이 홍보 문자를 계속 보낸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네이트온 해킹 자료를 의원님이 구입하신건가. 아님 정부차원에서 공개해 드린 건가”라며 정보 유출 경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디 ‘duc****’도 “○○○의원에게 선거운동 문자가 왔다. 난 당신들께 내 번호 드린 적이 없으니 두 번 다시 이런 거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다가 난 파주 시민”이라고 밝혔다.
물론 예비후보자가 문자나 전화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합법적인 선거활동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비후보자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문자메시지 발송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 ▷선거사무소 설치 및 현수막 게시 ▷명함배부 등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