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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폐증 내아이 희망 키운건…같이 수영다녀준 헬퍼 덕분”

수많은 치료 허사 포기직전

우연히 알게된 수영의 행복


성인 돼서도 한체대생 도움

세상사는 새 즐거움 찾아



“자폐증 걸린 내 아이가 좋아하는 건 수영밖에 없어요. 그 수영을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준 핼퍼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27세가 된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오직 수영뿐이었다. 수영을 하며 물살을 탈 때, 아들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나이가 들고 아들이 커가면서 남ㆍ녀 탈의실 문제로 아들을 수영장에 못 데려다주던 조영숙(51ㆍ여)씨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다. 아들의 유일한 낙이자 세상과 만나는 접점을 도와줄 수 없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지원하는 휴식지원서비스에서 장애인 핼퍼의 도움을 받으면서부터 아들은 수영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조씨가 아들 김호섭(27)씨의 자폐를 알게 된 것은 아들이 20개월 정도 되던 25년 전의 일이다. 신체적인 발달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던 아들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데도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말 한마디 없는 것을 보고 병원에 갔더니 자폐 진단이 나온 것이다.

아들을 위해 심리교육, 음악치료, 언어치료 등 안 해본 게 없다는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모든 교육을 종료했다. 효과도 적었을 뿐더러 아이가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흥미를 보이는 것을 찾은 것은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됐을 때다. 휴가차 놀러간 호텔서 수영장을 발견한 아들이 너무나 좋아하며 수영에 몰입한 것이다.

“유아풀서 놀던 애가 5m 수심 풀에서 쑥 하며 올라오는데 얼마나 행복해하던지, 그 표정이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조씨는 이후 아이를 수영장에 등록시켜 계속 수영을 배우게 했다.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학교 선생님과 조씨가 번갈아 가며 수영장에 데려다줬다. 일주일에 두세 번, 수영장 가는 날이 김씨가 세상과 만나는 날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성인이 되면서 수영장 가는 기쁨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탈의실에서 준비를 마칠 수 있었지만, 어른이 되면서부터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조씨에게 성인 자폐증 환자를 위한 핼퍼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씨는 한체대생 핼퍼들의 도움을 받아 아들을 주 2회, 수영장에 보낼 수 있게 됐다.

조씨는 “핼퍼의 도움으로 아들이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다”며 “이렇게 우리 아들 같은 아이들이 세상과 맞닿는 접점이 늘어날수록 자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넓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세상이 자폐증 환자에게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 믿는다”며 웃었다.

<김재현 기자>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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