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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PGA 골퍼 김유경, “골프는 나의 운명”
한국 여자 골프가 파죽지세다. 한국 LPGA선수를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여준 성적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꿈과 열정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의 마음에 희망이란 두 글자를 선물했고 팬들은 필드위에서 그들과 환희와 암연을 함께했다.

골프는 자신을 먼저 가다듬어야만 위너(winner)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골프는 인생과 닮아 종종 인간의 삶에 비유된다. 다음 샷을 위해 필드 위를 걸어가다 맞게 되는 외로움은 너무나 무겁고 42.67mm의 작은 공속에 인간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운명처럼 골프를 만나 약관 19세의 나이에 미국 LPGA에 입성한 프로 골퍼 김유경. 그는 최근 미국 LPGA에 정회원으로 등록돼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8일 이슈데일리는 한국 여자 골프의 미래, 김유경 프로의 꿈과 열정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골프는 나의 운명

“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인 것 같아요. 9살이었죠.”

김유경 프로에게 골프는 운명 같았다. 그에게 골프를 알려준 사람은 없었다. 부모님께서 일을 하느라 집에 혼자 있게 되면 김유경 프로는 손에 든 2천원의 용돈으로 골프 연습장을 찾아가 공을 치는 것이 즐거웠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김유경 프로는 골프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천원으로 재밌게 놀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그뿐이었다. 퍼팅을 해 경품으로 인형이라도 받으면 그게 그렇게 재밌었단다.

1년 동안 부모님이 일하러 나간 동안 골프와 함께 하던 김유경 프로는 수원에서 생활하던 터전을 다시 인천으로 옮기며 잠시 골프를 잊었다. 2년이 지나 그는 우연히 박세리 프로의 경기를 보게 되고 김유경 프로는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다. 운명처럼 말이다.

“갤러리로 박세리 프로의 경기를 보고 싸인볼도 받았어요. 제가 미국 LPGA 정회원이 되고난 후 박세리 프로와 만나 그때의 일을 말씀드리니 되게 신기해 하셨어요.”(웃음) “저는 너무나 감개무량 했죠.”

김유경 프로에게 필요한 충고와 미국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는 세심한 조언도 아끼지 않은 박세리 프로는 어쩌면 그의 인생에 운명과도 같았다. 마치 골프가 김유경 프로에게 운명이었듯이.


# 아빠는 나의 가장 든든한 팬

박세리 프로의 경기를 TV로 보고 김유경 프로는 아버지에게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김유경 프로의 나이는 11살. 11살의 딸이 골프를 하겠다면 어떨까.

“아버지께서는 사업하기 이전에 유도 선수를 하셨고 첫째아이는 무조건 운동을 시키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김유경 프로는 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은 듯했다. 그의 아버지는 축구, 씨름 등 못하는 운동이 없고 스포츠 마니아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팬으로 김유경 프로와 함께하고 있다.


# 민디 김? 김유경 프로는 재미교포?

“앞으로 좋은 성적 낼 테니 제 이름 김유경(Yookyeong, Kim) 기억해주세요.”

집안 형편으로 인해 좀 더 나은 골프 생활을 하기 위해 그는 미국행에 발을 실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통상적으로 골프는 비싼 스포츠라고 알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단다. 클럽만 있다면 가까운 필드에 나가 적은 비용으로 골프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주니어 생활을 마치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가 김유경 프로의 나이 열여덟. 피나는 노력 끝에 LPGA 회원권을 1년 만에 획득하고 좋은 성적과 함께 루키(Rookie)의 명칭을 얻었지만 언론은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문제였다.

“제가 재미교포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국 사람인데 온라인상으로는 저의 정보가 잘못 알려져 있어 속상해요. 제가 이일희 프로와 루키의 명칭을 얻었지만 저의 이름 때문인지 저에게 관심을 쏟지 않더라구요. 루시 김으로 활동을 했는데 인터넷 상으로는 민디 김으로 잘못 알려져 참 난감했어요. 어린 나이에 때부터 미국에서 활동을 해서 한국사람이 아닌 줄 아나봐요”(웃음)


# 김유경 프로의 좌충우돌 LPGA 정복기

김유경 프로는 11살에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며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스스로 원해서 골프클럽을 가진 터라 골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좋았단다.

다양한 골프코스와 14개의 장비를 활용해 하나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그를 점점 골프에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골프는 만만치 않았다.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주니어대회 때의 성적만 생각한 그는 미국에서 1년 동안 얻었던 성적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환경이 바뀌어 김유경 프로는 곤혹을 치뤘고 미국 LPGA 정회원이 돼야 한다는 부담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속앓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원석에서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김유경 프로는 기나긴 인내끝에 웃을 수 있었다.


# 꿈에 그리던 미국 LPGA 입성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단다. 그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해내는 김유경의 프로를 보면서 행복과 환희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꿈에 첫 발을 내딛었어요. 매일 밤마다 그리던 무대였죠.”

2010년 처음 미국 LPGA에 입성하며 그는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뛸 수 있게 돼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투어를 준비하면서 기뻤던 그때를 그는 잊을 수 있을까.

# 프로로서 거쳐야 할 성장통

권투에서도 몸에 힘이 들어가면 주먹이 제대로 뻗질 못한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다. 김유경 프로의 투어 성적은 좋지 못했다.

“성적은 주니어 때가 더 좋았어요. 골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다보니 여러 가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아지게 돼 힘들었죠.”

그는 2010년 루키부터 2011년까지 여러 생각들에 발목이 잡혔다. 아는 게 힘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 딜레마다.

그때 김유경 프로에게 손을 내민 건 미국 LPGA 한국여성 최초 클래스 A출신의 최혜영 프로다. 그의 아버지는 딸의 성장을 위해 최혜영 프로에게 도움 청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 골프는 마음으로 하는 스포츠

“최혜영 프로께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프로골퍼가 18홀을 모두 소화하는데 드는 시간은 5시간정도인데 정작 공을 치는 시간은 다 합쳐봐야 7분에서 8분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죠”

필드 위에서 골퍼는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흔히 골프는 멘탈(mental)의 스포츠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서 비롯된 말이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면 공도 다스릴 수 없다.

한 연구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경기 결과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혜영 프로를 만나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루게 됐다.

김유경 프로는 좀 더 나은 결과를 원했다. 그는 더욱 골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과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했고 그 결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 그녀는 패션테러리스트?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다. 미국에서 골프에만 빠져있으니 또래 친구들도 없고 다른 것에 관심 쏟을 겨를도 없었다. 심지어 김유경 프로는 동생에게 패션테러리스트란 말도 듣는단다. 편한 복장으로 골프에 전념하다보니 일어난 일이다.

“저를 후원해주는 단체와 팬들을 위해서 복장에도 이제 신경 쓰려고 해요.”

선비들은 의관을 갖추지 않으면 글도 읽지 않는다고 했던가. 옷차림으로 마음가짐을 다잡겠다기보다 김유경 프로는 자신을 지켜봐주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다.


# 아버지라는 세 글자

“항상 아버지께 죄송해요. 아버지 생활도 있으신데 저에게 모든 신경을 쓰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자신감 넘치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김유경 프로는 ‘아버지’란 단어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유경 프로에게 아버지라는 세 글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대상이다. 매순간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 주고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봐준 아버지는 그의 코치이자 친구였다.


# 2012년의 김유경과 그의 다짐

“2012년 시작되는 투어가 바로 제가 주니어 때 밟았던 코스에요.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을 찾아 개선방향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승요? 욕심은 줄이려고 해요.”(웃음)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미국 LPGA 2년차 정회원 김유경 프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표를 세운듯했다. 빨리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정확히 가는 것이다.

“골프는 제 인생에 동반자와도 같아요.”

김유경 프로에게 골프는 넘어야 할 산과 같은 도전은 아니었다. 그저 담담히 인생의 길을 함께 하는 동반자다. 이기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있는 골프 그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그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워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슈데일리 독자들에게 새해인사를 전했다.

“건강이 아무래도 최고인 것 같아요. 이슈데일리 독자 여러분 2012년 한해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랄께요.”(웃음)

때 이른 나이에 운명처럼 골프를 받아들인 프로골퍼 김유경. 나이답지 않은 진중함으로 골프에 임하는 그가 있어 한국 여자 골프의 미래는 밝다. 김유경 프로의 건투를 빈다.

■ 프로 골퍼 김유경 약력

2010년 LPGA 정회원
- Shoprite LPGA Classic 35위
- LPGA Championship presented by wegments 47위
2011년 LPGA 정회원
- LPGA Championship presented by wegments 34위
- U.S WOMEN‘S OPEN 59위

2007년 국가대표 상비군
- 스포츠조선배 전국 중,고등학교 골프대회 우승
2006년 국가대표 상비군
- 제17회 한국 중,고등학교 골프협회장배 우승
2005년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
- 제주도지사배 전국 주니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 제12회 매경 빅야드배 전국 중,고등학교 골프대회 우승

홍수연 이슈팀기자/ ent@issuedaily.com 사진 백성현 기자 sthayan@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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