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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다해봤거든, 젊은 인부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면 얼마나 좋아”
새벽 4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새벽을 여는 공간, 인력시장. 창신동 인력시장지원센터를 지키는 ’군기반장’ 한경수 씨(63)는 맞은 편 분식집에서 시킨 한 그릇의 우동을 막 비웠다. 한씨는 인력시장을 정리하며 센터를 방문하는 인부들의 일을 할당해 주는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할당시간은 5시 30분이지만 한씨는 한시간 일찍 나왔다.

한씨는 “일하고 싶은 인부들이 꼭두 새벽부터 나오는데 내가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몸도 녹이고 커피도 한잔 먹으려고 일찍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 일찍 나와서 정리라도 해야 인부들 힘내지”라고 말한다. 한씨는 이 시간에 출근해, 신문과 커피 등을 정리하며 새벽 문을 조금 열고, 그 문을 활짝 열어 인부들을 맞았다.

한 때는 사장님으로 불렸다는 한씨. 청계천이 복개되기 전부터 이 곳 창신동에서 살았다는 그는 막노동으로 시작해서 술 장사, 제조업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이렇다 보니, 인력 시장을 찾아 아직 젊은 몸 하나로 다시 시작하려는 젊은 인부들에게 그는 군기 반장이자 큰 형님이 됐다.

이 때 일용직 노동자 한 명이 가방 가득 짐을 싣고 문을 열고 들어온다.

기자가 인부가 지고온 가방에 눈을 떼지 못하자 한씨는 “아시바야 아시바, 한국어로는 비게라고 하나? 철근 묶는 것. 저거 비싸서 회사에 못 두고 다니거든 그래서 무거워도 저렇게 들고 다니지”라고 말한다. 한씨는 또 “저 장비가 백 만원이나 돼. 기술이 좋아지면서 인부들도 ‘몸으로만’ 때울 수가 없어”라고 설명해줬다.

곧이어 일용직 노동자 한 명이 또 들어온다. 얼굴이 상기 돼 있다. 깔끔한 머리 모양을 한 인부다. 한씨는 인부에게 “요즘 돈 많이 벌었다며, 막걸리 한잔 사야지?”라고 말한다. 한씨는 기자에게 “참 열심히 하는 친구”라며 귀뜸한다. 한씨는 기자에게 “센터 앞에 홍어 집이 많이 있거든. 농사꾼에게 새참을 빼 놓을 수 없듯이 막노동꾼에게 막걸리 한잔 빠질 수 없지”라고 말한다.

종로구청에서 지난 2009년 1월에 마련한 창신동 인력시장 지원센터는 건설 인부들의 사랑방이 됐다.

사무실 내부에는 큰 테이블과 의자 몇 개, 소파와 책상, 티비와 정수기가 단촐하게 준비돼 있다.

이전에는 5시 반이면 각 회사에서 모여 있던 인부들을 뽑아서 데리고 나갔지만 최근에는 휴대폰으로 미리 선별해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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