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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을 닫는 사람들>“새벽 두시 꿀맛같은 점심에 위안”
김희정씨 (동대문 의류상가·여·28세)

“언니, 점심 뭐 먹을래?”

새벽 2시, 서울 동대문의 모 의류상가의 한 코너. 옆가게에서 일하는 동생이 찾아왔다. 점심메뉴를 정할 시간이다. 동대문 의류도매상가에서 일하는 김희정(28) 씨의 점심시간은 새벽 2시다. 이들은 새벽의 야식을 ‘점심’이라고 부른다.

동대문 도매상가의 하루 시작은 대개 저녁 7시. 김 씨는 디피(Display의 약자)로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나 기분에 따라 디피되는 옷도 바뀐다. 손님이 ‘오늘 사고싶어 할 의상’을 찾는 것이 디피의 핵심이다. 도매상이 옷을 잘 디피해야 손님도 덩달아 좋은 옷을 고를 수 있다는 게 김 씨의 ‘디피철학’이다.

디피하는 내내 손님도 맞는다. 매장을 찾는 손님은 세 부류다. 우선 옷가게를 운영하는 소매상이 있다. 이들은 여기서 물건을 떼어가 판다. 공장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삼촌’들도 매일 찾는 손님이다. 삼촌들은 물건을 가져다 가게 앞에 놓아둔다. 그리고 물건을 배달해주는 삼촌들도 있다. 김 씨가 포장해 놓은 물건을 지방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자에게 배달해준다

새벽 1시를 넘어서자 상가는 물건을 보러 온 소매상으로 붐빈다. 한 중국인 여성이 카키색 남성 점퍼를 가리키며 ‘색깔 뭐 있어요’라고 능숙한 한국어로 물어본다. 상품의 이름은 ‘까마귀 야상’. 요즘 잘 나가는 상품이다. 중국인 여성은 까마귀 야상을 네 벌 사갔다. 한 번에 24만원을 번 셈. 하지만 김 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많이 안 되는 편”이라며 푸념한다. “오늘 매출이 별로”라며 씁쓸한 표정의 김 씨. 그래도 김 씨는 이 일이 좋단다.

점심을 먹고 나니 제법 한산해졌다. 이후 오늘 들어온 신상을 정리한다. 김 씨는 삼촌들이 가져온 제 몸짓만한 옷더미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제가 꼼꼼하게 일해놔야 낮에 일하시는 분들 장사도 잘된다”고 말한다.

새벽 5시, 마감하러 사장님이 운영하는 또 다른 매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새벽이 열렸다. 새벽 5시30분, 김 씨는 저녁을 먹으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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