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스크린의 ‘구도자’…이번엔 마라톤
19일 개봉 영화 ‘페이스메이커’ 주연 김명민
“체험이 연기를 진실되게 해

오인환 감독에게서 두달 특훈

연기자도 자신이 맡은 역할

직업 훈련이 필요하다”



영화배우 김명민(40)에겐 어느새 ‘연기본좌’ ‘명본좌’라는 애칭이 붙었다. 그의 반응은 “진짜 사정사정이라도 해서 그렇게 부르지 말도록 하고 싶다, 미치겠다, 부끄러운 호칭”이라고 말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새 영화 ‘페이스메이커’에 빗대 김명민은 “마라톤으로 치자면 나는 늘 30㎞ 출발선상에 서 있을 뿐”이라고 했다. 42.195㎞의 마라톤 풀코스에서 30㎞지점은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육체적 피로도가 절정에 이르는 구간이자 선두그룹의 선수들이 승부수를 띄우는 ‘진정한 출발점’으로 꼽힌다. 김명민은 “30㎞만큼 뛰어왔다는 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 피부로 느꼈던 체험, 이 모든 과거를 잊고 항상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뛰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다른 배우를 빛내기 위한 조연, 페이스메이커임을 의식하고 들어간 작품은 ‘거울 속으로’(주연 유지태)였습니다. 저만을 위한 첫 완주 작품은 ‘소름’(2001)이었죠.”

스스로 선택한 고행을 통해 중생의 번뇌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득도하는 수행자. 김명민은 이를 테면 ‘스크린의 구도자’다. “체험이 연기를 진실되게 한다”고 믿는다. ‘내사랑 내곁에’에선 루게릭병 환자 역할을 위해 20㎏을 감량했고, ‘파괴된 사나이’에선 딸을 잃은 애비의 심정을 보여주기 위해 한숨 안 자고 사나흘밤을 새웠다. 이번엔 마라톤이었다. 

영화 개봉을 앞둔 김명민은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페이스메이커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지인들”이라고 말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마라토너는 상체는 깡마르고 하체는 ‘말근육’이죠.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의 지도를 받아 두 달간 훈련받았습니다. 연기자가 자신이 맡은 역할의 직업 훈련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극중 주인공인 퇴물마라토너 주만호는 루저다. 그가 직접 제안해 바보스러워 보이는 인공치아를 끼고 영화를 촬영했다. 명확한 발성과 설득력 있는 저음의 목소리가 배우로서 김명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번 영화에선 상당부분 포기해야 했다. 인물의 어눌함을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에겐 대사가 정확히 들려야 했다. 촬영 전 대여섯시간씩 대사연습을 했고, 동시녹음 기사와 “잘 들려요, 안 들려요?” 확인해가며 균형을 이뤄갔다.

이제 마흔. TV와 스크린에서 언젠가는 다시 주연보다는 ‘페이스메이커’로서 뛰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10년 후가 될까, 그 이상이 될까? 잘 모르겠다”며 “길고 가늘게 할 생각은 없다, 굵고 짧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