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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을 여는 사람들> “실업난속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
박정근씨 (아파트 경비원 · 62·남)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최근 청년실업뿐 아니라 고령실업도 얼마나 심각한데….”

지난 12일 새벽 5시30분, 깜깜한 어둠이 여전히 서울시내를 덮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하나같이 몸을 웅크리고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같은 시간 서울 청량리의 한 아파트단지에 있는 관리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조용한 새벽 아파트단지에는 빗자루 쓰는 소리만 가득하다. 경비원 박모 씨의 업무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박 씨는 남이 다 자고 있는 새벽 5시30분까지 출근해 다음날 새벽 5시30분에나 퇴근한다.

몇 년 전까지 박 씨는 30여년간 기계제조회사를 운영해 오던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심한 경쟁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면서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일본ㆍ중국ㆍ남미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업을 하던 그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마치 고문을 받는 것 같았다.

부인의 권유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지만 많은 나이로 인해 취업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파트 경비직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했고, 현재까지 4년간 경비원 일을 해오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경비원은 24시간 동안 아파트단지 내에서 근무해야 한다.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를 하루에 오후 2시부터 3시간마다 총 4번 순찰한다. 아파트 정문에서 차량의 출입도 박 씨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시간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새벽 12시30분부터 같은 날 새벽 4시30분 동안으로 단 4시간 뿐이다. 하지만 1평가량의 경비실에서 소위 ‘쪽잠’을 자야 한다. 그나마 거주민이 제기하는 각종 민원으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다. 격일 근무인지라 하루 근무하면 하루 쉴 수 있어 쉬는 날 모자란 잠을 보충한다.

몇 년 전 있었던 경비인원 구조조정으로 50명이었던 경비원 수가 현재는 20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경비원 한 명이 처리해야 할 일이 늘었다. 그런데도 월급은 고작 110만원 정도다. 밥값을 아끼기 위해 아침과 저녁은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점심식사는 주로 근처의 관공서 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박 씨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는 “40대에 명예퇴직을 강요당하는 요즘, 우리 50~60대가 설 자리는 많지 않다”면서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하고 경비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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