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돌연 사퇴 후폭풍
어윤대·이팔성·강만수 회장등MB 임기 1년·고령화 불구
전문성 바탕 조기퇴진 없을듯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의 사의 표명 이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오랜 숙원인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물러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른바 친 MB계 금융CEO(최고경영자)의 조기 퇴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기말 이 대통령과 때를 같이해 임기 만료전에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금융전문가들은 그러나 친 MB계 인사로 분류되는 CEO 모두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현업에 열성적이고, MB와의 친분 때문이 아니라 전문성에 의해 회장으로 추대됐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인 조기 퇴진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친 MB계 금융CEO로는 이 대통령과 대학 동기 동창인 김 회장을 비롯해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 강만수 산은지주회장 등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4곳의 CEO가 친 MB 인맥인 셈이다. 이들은 MB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훨씬 이전부터 지근거리에서 경제 및 금융전반에 대해 자문해왔고, 한 두살 차이로 70세를 바라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이로 올해 68세(45년생)인 KB금융지주 어 회장은 MB 정부들어 국방부 국방안보위원회 위원, 한미 FTA국내대책공동위원장,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2010년 7월 임기 3년의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부임했다. 그가 KB회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의 화려한 이력에 더해 국제금융통이라는 점이 부각된 바 크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이고, 평소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친 MB 인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임기말 대통령과 한배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지만 어 회장의 임기만료 시점이 내년 7월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초와 머지않다는 점에서 최소한 임기는 마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B 이코노믹스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산은지주 강 회장 역시 취임이후 왕성한 활동을 과시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어 회장과 동년배인 강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으로 부임하자 마자 메가뱅크론을 들고나오면서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또 수신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다이렉트뱅킹시스템을 도입하고, 해외 금융기관을 상대로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특히 올해는 민영화를 앞당기기 위해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며 열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도 분명한 색깔이 걸림돌이다. 임기 만료시점이 오는 2014년 3월로 아직 2년여 기간이나 남아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MB색인 분명하다는 이유로 용퇴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40년 공직생활의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인정받더라도 2005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낸 것을 인연으로 당시 서울시장으로 있던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고, MB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일했다는 그의 화려한 경력이 오히려 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일은행 출신으로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팔성(69)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에는 임기만료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지만 그 역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사퇴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014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올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재추진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MB 측근이란 꼬리표가 늘상 따라붙는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이 회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왔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